기업활동이 복잡.다기해지면서 법률문제가 기업경영의 핵심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따라 기업에 각종 법률문제를 자문해 주는 로펌(법률회사)과 변호사들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변호사 5천명시대'를 맞아 법무시장의 급속한 변화를 다룬 '대격변! 법무시장' 시리즈 1부에 이어 2부로 국내 유수 로펌의 '스타 변호사'를 소개한다. 실무를 맡고 있는 경력 10년이상의 팀장급 변호사를 중심으로 각 로펌의 추천을 받은 뒤 기업 정부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선정했다. ----------------------------------------------------------------- "남들보다 딱 한걸음 앞서 준비한게 비결이라면 비결이겠죠" 법무법인 율촌의 윤세리 변호사(48).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공정거래분야 최고의 변호사'(공정거래위원회 오성환 상임위원)라는 평가를 받게 된 비결을 윤 변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것보다 너무 앞서면 고객이 없고, 시대에 그럭저럭 맞춰 나가면 이미 늦죠. 한걸음만 앞서 나가면 충분합니다" 윤 변호사가 공정거래 분야에 관심을 가진 때는 서울대 법학과 대학원생이었던 1976~77년 무렵. 공정거래법(1980년 제정)이 만들어지기 전이었던 만큼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때였다. '미국에서 공정거래법 관련 논문이 쏟아지고 있으니 이 분야를 공부해 보면 어떻겠냐'는 대학 선배(박병원 현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도서관에서 찾아봤더니 정말 1년에 수백편씩 관련 논문이 나오더군요. 유망한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 변호사는 이때부터 공정거래법을 파고들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같은 노력은 1978년 2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에도 계속됐다. 그 결과 80년 최초의 공정거래법 관련 논문으로 평가받고 있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관한 고찰'을 석사 논문으로 제출했다. 같은 해 사법연수원(10기)을 졸업한 그는 2년간 부산지검에서 일한 뒤 유학길에 올라 하버드대와 UC헤이스팅스 로스쿨에서 법학석사와 박사학위를 차례로 받는다. 본격적인 변호사 업무는 86년 당시 세계 최대 로펌이었던 '베이커&매킨지'에서 시작했다. 이곳에서 3년간 국제투자 및 조세업무를 수행한 뒤 89년 귀국해 윤호일 변호사와 함께 법무법인 우방을 만들었다. 율촌으로 소속을 옮긴 때는 97년. 윤 변호사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당시는 장관급 부처로 격상된 공정위가 불공정거래 조사를 대폭 강화하던 때였다. 96년부터 2년간 공정위 고문변호사를 맡을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았던 윤 변호사에게는 일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 98년 공정위가 4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나서자 현대 삼성 LG 등 3개 그룹이 그를 찾았다. 윤 변호사는 이중 현대와 삼성그룹 등을 대리해 조사과정에서 공정위가 지적했던 불법 혐의를 상당 부분 벗겨내는 성과를 올렸다.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할 때도 적절한 법률자문을 제공해 성공으로 이끌었다. 최근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대리해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인터넷 메신저 끼워팔기가 불공정거래 행위임을 밝히는데 전력하고 있다. "10년쯤 뒤 변호사 생활을 접고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사숙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인문.고전과 토론문화를 가르치지 않잖아요. 결국엔 이게 국가 경쟁력인데... 유능한 젊은이들을 데려다 이런걸 공부시키고 싶어요"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