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발표된 제43회 사법시험 합격자들 중에는 치과의사와 경찰, 공인회계사 등 이색 경력자들이 많았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강혜병원 부원장인 하태헌(32)씨는 95년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한뒤 인턴과 레지던트의 힘든 과정을 거쳐 교정과 전문의로 재직중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치대를 차석으로 졸업한뒤 공중보건의로 임용됐던 하씨는 시간이 많이 생기면서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판.검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99년 1월 뒤늦게 사법시험 공부에 뛰어든 경우. 그는 "힘든 과정을 거쳐 치과 의사로서 안정적인 자리를 확보했는데 늦은 나이에 법조계로 입문하려니 다시 고생길이 열리는 것 같아 걱정도 되지만 하고 싶은일을 하게 됐다는 기쁨으로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의 전경대 소대장으로 재직중인 권상표(24)씨는 99년 경찰대를 졸업한뒤 서울대 대학원을 다니면서 사시공부를 시작, 2년만에 합격했다. 권씨는 "올해 1월 논산훈련소를 거쳐 지난 5월 현재의 소대장으로 발령받으면서 업무에 쫓겨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합격해 기쁘다"며 "앞으로 경찰발전을 위해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공인회계사인 강익중(30)씨는 지난 98년 11월부터 회계법인에서 근무를 하면서 업무와 관련된 판례와 상법 등이 어려워 조금씩 공부를 해오다 99년 7월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법률공부를 시작, 22개월만에 합격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는 "가능하면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판사로 임용되길 희망한다"며 "그러나 법조계와 공인회계사중 어느쪽을 꼭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두가지 분야의 지식을 골고루 다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합격자중 조성오(34).두현(32)씨와 김진호(30).승호(27)씨 등은 형제가 동시에 합격한 경우다. 조씨 형제는 연세대 금속공학과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김씨 형제는 모두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뒤 서로를 격려해주며 힘든 고비를 넘기고 합격의 기쁨을누렸다. 안병걸(34.서울시립대 법학과졸)씨는 이번 합격으로 형 병윤(36.행시 39회.행자부 근무)씨와 부인 남점순(34.행시 42회.여성부 근무)씨, 매제 서정배(34.행시 36회.통일부 근무)씨 등과 함께 '고시가족'의 대열에 합류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