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아 술자리가 잦아지면서 대리운전 전문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체감' 택시요금이 상당히 오른데다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 강화까지 겹쳐 대리운전을 찾는 취객들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등 몇가지 주의할 점은 있다. ◇ 일반화된 대리운전 =7일 새벽 1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단란주점 앞. 회사원 이모씨(34)는 경기도 분당의 집에 가기 위해 대리운전사를 불렀다. 이용료가 3만원 정도로 택시비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다. 대리운전 전문업체인 드라이버서비스의 김동현 팀장(29)은 "예전엔 룸살롱에서 술 마시고 외제차를 모는 '사장님'들이 주고객이었지만 요즘엔 중.소형차를 타는 샐러리맨이나 화물차 운전자도 우리를 찾을 정도로 고객층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서울 등 전국 주요 도시에 3백50여명의 기사를 두고 있는 굿서비스의 조재석 사장(35)은 "본격적인 '송년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기사가 모자랄 지경"이라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 업체는 서울에서만 하루 8백명 안팎의 손님을 태우고 있다. ◇ 다양해진 서비스 전략 =업계에선 서울에만 2백여개의 전문업체가 성업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1년전만 해도 수십개에 불과했다. 직원수가 10명 미만인 영세업체가 대부분이지만 전국에 지점망을 둔 대형업체도 있다. 요금은 서울 시내의 경우 거리에 따라 1만5천∼3만5천원, 외곽으로 나갈 때는 3만∼6만원선을 부른다. 업체가 난립하면서 서비스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080(수신자 부담) 전화' 서비스는 기본이 된지 오래고 간이영수증을 발급하는 업체도 있다. '10회 이용시 1회 무료이용', 주유권, 순금 1돈쭝 등이 경품으로 나오기도 한다. 심지어 여성들을 위해 여성 대리운전자를 두는 곳도 생겼다. 검문지역만 살짝 통과시켜 주는 편법도 성행하고 있다. 경찰의 단속지점이 대체로 일정하다는 점에 착안한 '틈새 상품'인 셈이다. 특히 영화배우 김보성씨가 모델로 출연해 잘 알려진 휴대폰 겸용 무전기(TRS.일명 '김보성폰')는 발빠른 서비스를 위한 필수품목. 회사가 손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기사를 찾아내는데 적격이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주로 택시나 회사 승합차로 이동하지만 일부 업체는 회사 차량 30여대를 서울 곳곳에 배치해 놓고 기사들이 이용토록 하고 있다. 자동차 열쇠를 차량 수만큼 복사해 기사들에게 나눠주거나 미리 약속한 장소에 열쇠를 숨겨놓는 방법이 사용된다고 한다. ◇ 유의할 점 =대리운전 기사가 대리운전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사고 책임은 고스란히 차주가 덮어써야 한다. 보험료가 월 3만5천원 정도인 이 보험은 기사가 직접 가입해야 하지만 영세업체의 경우 비용 부담으로 인해 가입을 꺼리는 실정이다. 보험가입이 안되는 26세 이하의 기사를 고용하는 업체도 많다. 현재 대리운전 보험상품을 선보인 삼성화재 쌍용화재 등은 27세 이상만 받아주고 있다. 이밖에 대리운전업은 신고제여서 현행법상 규제 수단이 없고 행정당국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굿서비스의 조 사장은 "장기적으로는 택시처럼 요금 서비스 등에 대한 요건을 정해 허가제로 운영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용석.류시훈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