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기업들이 금융빅뱅 여파로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쓰러진 틈새를 노려 영세 파이낸스사와 사채업이
성행하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어 지역 금융기반에 대한 종합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지난 97년 12월 2일 LG 항도 신세계 고려 한솔 등 부산지역 5개
종금사중 LG를 제외한 4개 종금사의 무더기 퇴출돼 지역경제의 회복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역 종금사의 여신규모는 지난 97년 11월말 현재 3조2천8백억원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2천4백40억원으로 급감,기업의 자금줄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견 K기업의 한 임원은 정부가 지역
경제규모는 감안하지 않은 채 지역별로 1곳만 남기고 모두 퇴출시켜
단기금융대출에 큰 애를 먹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호소했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지난해 6월 1만여개의 지역기업에 3조3천억원의
대출을 해주던 동남은행의 퇴출.

게다가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던 리스사와 생보사, 금고 등도 합병과
퇴출 등으로 잇따라 사라지면서 지역 금융여건은 사실상 붕괴됐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시설자금의 젖줄 역할을 해왔던 부산리스와 동남리스는
정리단계를 밟고 있는 중이다.

상은리스마저 합병돼 본사의 서울 이전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상공인들은 부산을 국제적인 금융도시로 만들겠다며 선물회사와
종금사 등을 세우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으나 금융 노하우와 자금 부족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기반의 붕괴가 초래한 또 하나의 부작용은 파이낸스사의 난립.

최근 부국파이낸스 조양글로벌투자금융 등 파이낸스와 사채업자들이
금융피라미드방식으로 수백억원돈을 가로채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파이낸스사는 상법상의 기관에 불과하기 때문에 감독기관이 없는데다
투자자금 보호장치도 전혀 없어 문제가 발생하면 고스란히 투자금을 날릴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약한 금융기반이 회생시점에 들어서고 있는
부산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제반 지역경제 상황을 고려한 정부지원이
아쉽다"고 말했다.

< 부산=김태현 기자 hyun11@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