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가 17일부터 일제히 방학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맞은 것이다.

이제부터 전국의 산 계곡 바다는 휴가인파로 붐비게 된다.

그렇지만 올 여름휴가풍경은 예년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불경기로 가계에 주름을 주고 있는 탓이다.

대기업들의 격구휴무제의 영향도 받았다.

짧고 돈적게 들지만 인상적인 실속여행.분명 새로운 풍속도다.

신선하면서도 기발한 여름휴가를 세차례에 결쳐 소개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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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군 하성면에서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동경산업을 운영하고 있는
박상춘씨(55)는 이번 휴가기간에 국내 명상여행을 떠난다.

단학선원이 7월18일부터 2박3일간 주최하는 제주도 명상여행에 참가키로
한 것.

명상여행은 나무 바위 바다 흙 물 등 자연과 교감하며 자신의 고민과
갈등 등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휴가를 마치면 다시 괴로운 삶의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원하는 인생의 길을 찾아 돌아오는게 목적이다.

박씨는 명상여행을 통해 자신의 욕심만 채우는 이기적인 모습을 떨쳐
버리고 올 생각이다.

"사업을 하다보니 내 본위위주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나의 욕심만
채우기에 급급했다.

명상여행을 통해 남을 먼저 생각하고 체념할 줄 아는 그래서 올바른
사리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하고 싶다"

성업공사 매각상담실장인 김대호(49)씨는 7월28일부터 시작되는 올
여름 휴가를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 있는 천화단식원을 찾을 계획이다.

김씨는 약 1주일가량 이곳에서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 "단식휴가"를
보낸다.

단식을 통해 그동안 몸속에 낀 때를 모조리 청소하기 위함이다.

"휴가다 해서 놀러갔다오면 에너지가 재충전되는게 아니라 몸만 상한다.

그러나 단식은 몸이 건강해지는 것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종합적으로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천화원이 있는 곳은 옛부터 무릉도원으로 불리던 천모산이 있어
주변경치도 일품이다.

바글바글대는 사람도 없다.

그야말로 단식과 신선한 공기로 온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데는 그만이다.

김씨는 그동안 단식휴가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동안 시달리던 두통 어깨걸림 무릎걸림 통증이 사라져버린 것.

단식에 동참한 그의 아내도 고혈압증세가 없어졌다.

휴가기간 동안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심신을 수양하려는 사람들의
이색휴가 열풍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천안시 목천면에 있는 단학선원 도장에는 이번 여름에 단전호흡 기체조
등을 하려는 직장인이 3천명에 달한다.

또 해인사 불국사 백양사 신흥사 금산사 직지사 등 국내 유명사찰에는
휴가를 맞아 참선을 하려는 직장인들로 북적대고 있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절에서 주는 채식위주의 음식을 먹게 돼 몸에도
좋다.

특별히 많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느 휴가보내기인 셈이다.

<한은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