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산업이 해고자 신분인 단병호 민주금속노련위원장을 개인자격의
교섭파트너로 공식 인정함에 따라 노사협상이 한창 진행중인 산업현장에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조치는 노동계가 지난 3월13일 노동법개정이후 단위사업장의
교섭력강화를 위해 교섭권위임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교섭권대표를 둘러싼 노사간 갈등을 부채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남산업 노조가 교섭권을 위임하게 된것은 무엇보다 노조원수가 적어
교섭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전체 근로자 1천8백명중 49명의 조합원을 갖고 있는 이 회사 노조는
이처럼 적은 조합원수를 갖고는 회사측과 협상하기가 어렵다고 판단, 결국
해고와 구속된 전력을 갖고 있는 단위원장에게 협상을 위임한 것.

물론 처음에는 회사측에서도 단위원장의 전력을 문제삼아 거부 반응을
보였으나 노동부등에 알아본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협상파트너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 다른 사업장의 노사 협상이다.

현재 민주노총산하 3백20여개 사업장이 산별연맹에 공동교섭을 위임했거나
위힘할 방침인 것으로알려졌다.

이처럼 많은 사업장들이 공동교섭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남산업의
선례는 노사협상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계가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교섭권위임을 고집할 경우 사용자측에서
거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측에서 사용자와의 맞대면등을 꺼려 편법으로 교섭을 위임할
경우 상당히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 2호에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로부터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는 그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를 위하여 위임받은 범위안에서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일 위임받은 자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할 경우 노동관계법
에 의해 처벌받게 된다.

따라서 사용자는 함부로 거부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경영계가 긴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그러나 경영계는 구속과 해고된 전력을 갖고 있는 제3자에게 교섭권위임은
말도 안된다는 주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이와관련, "단체교섭은 해당사업장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해당 노조원들이 맡아야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다"며 "회사사정도 잘 모르고
그것도 해고 자출신의 제3자가 교섭에 나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
했다.

< 윤기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