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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을 맞는 민선 자치단체장들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 지자제부활을 맞아 취임한 후 반년이 업무를 이해, 숙지하고
새로운 구상을 하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그같은 계획이 실천으로 옮겨질
것인 때문이다.

서울특별시와 5대광역시,9개도등 15명의 광역자치단체장들에게 올해 펼칠
청사진과 각오를 시리즈로 들어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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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는 어느 것이 우선이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시민의 안전, 원활한 교통, 쾌적한 환경에 가장 역점을
두고 올해 시정을 펴나갈 계획입니다"

조순 서울특별시장은 이같이 올해 시정방향을 설명하면서 그중에서도
"안전"에 가장 신경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항구적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당산철교 철거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한 조시장은 "당산철교의 안전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철거시점으로 계획된 12월이전이라도 전동차의
운행을 중단하고 조기에 재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시장은 서울시정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교통문제에 대해 버스나
지하철등 대중교통수단을 신속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이
최우선임을 거듭 역설했다.

"버스운영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버스전용차선을 확대하는 한편
합리적인 노선개편과 적자업체 지원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교통수요의
합리적 관리를 위해 도심혼잡통행료징수가 하반기부터 본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당시 강조했던 경영.경제마인드 도입에 대해 묻자 조시장은 무척이나
자신있는 어조로 설명했다.

"시정에 경영마인드를 도입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애를 썼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올해 예산편성과정이었다"

경영마인드나 경제마인드란 같은 예산으로 최대의 서비스를 산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조시장은 총체적인 관점에서 불요불급한 부분은 과감히
대상에서 제외했고 시정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이번에 단행된 조직개편,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공사사장을 공채로 뽑은
점들을 예로 들기도 했다.

조시장은 가칭 "서울특별법"제정과 주행세도입, 담배소비세와 종합토지세의
교환 등 지난해 추진하려다 중앙정부에 의해 무산된 정책들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재추진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과제들은 내용이나 성격에 있어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서울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는 한편
자치행정의 틀을 다져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한 조시장은 "서울시는
관계전문가와 실무진의 보다 면밀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적극적인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서울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5대거점 개발계획등 거시적인 도시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하자 조시장은 한마디로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대형개발사업을 기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가 완전히
갖추어진 서울을 임의로 선을 긋고 다시 개편하는 것도 쉽지않거니와
무분별한 도시계획은 엄청난 저항과 예산의 부담을 안게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시장취임후 말이 많았던 신청사건립은 일단 현청사부지가 아닌 다른
곳에 하는 것으로 맥락이 잡힌 상태지만 현재 사정은 복잡하다.

지난해말 서울시의회가 올해 예산으로 반영키로 했던 신청사 건립기금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그러나 조시장은 당초의 신청사건립계획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올해 상반기중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 신청사의 건립위치외 규모 등을
확정하고 이를 토대로 하반기중 건축계획및 설계지침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을 시행해 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본격적인 자치시대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그 기반이 허약한데다 인사,
조직, 재정 등 전반에 걸쳐 법적.제도적인 틀이 부실하고 자치행정의
자율성이 부족했었다"고 취임반년을 돌아본 조시장은 "그러나 끊임없이
추구했던 변화의 노력을 올해도 시민의 입장에서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의 개인적인 희망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지자 조시장은 "없다"고
한마디로 답했다.

새벽에 등산을 갈 때나 퇴근하고 공관에 돌아와서나 정말 생각이 시정에만
모아지기 때문이란다.

조시장은 "이제는 정말 시민이 시정의 기본이 되고 시민의 편익과 생활이
시정의 일차적인 판단기준이 되는 시대"라고 설명하면서 "민선시장시대가
말이나 구호가 아닌 실행으로 보여주는 한 해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거듭 다짐했다.

< 양승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