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으로 이름높은 충북 영동의 마니산
연수원.

현대정유 임직원들이 지난 6월초부터 이곳에서 노사화합을 다지는 "한마음
교육"행사를 벌이고있다.

행사내용중 말단여사원에서부터 중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임직원이 참여하는
즉흥단막극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있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노사화합행사를 열고있는 현대정유측이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것으로 저녁식사후 10명이 한팀이 되어 즉흥적으로 펼치고있다.

24일 있었던 "노사협력을 위한 경영전략극"의 한장면. "어이,김이사.회사의
매출이 자꾸 줄어드는 이유가 뭡니까.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거요?" 사장으로 분장한 근로자 윤주환씨(대산공장
생산부)가 영업매출의 하락을 추궁한다.

"최근 노사분규 여파로 소비자들에게 제품신뢰도가 떨어진데다 물류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역시 영업이사로 분장한 재정팀 이맹희대리가 송구스
런 표정으로 몸둘 바를 모른다는듯 연기를 펼친다.

사장이 다시 공장장과 임원진에게 노사분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물어보자
"복리후생 증진""근로조건 개선""원가절감""전국적인 물류센터건설 "등 갖
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전문극단의 연극처럼 세련된 맛은 없으나 이들의 서툰 연기와 연기도중의
실수연발로 출연진과 관객들은 즐겁기만 하다.

평소 근엄하기로 소문난 중역들이 술집 접대부역을 맡기도 하고 갓 들어온
신입사원이 이사행세를 하는등 파격적인 배역때문에 더욱 웃음을 자아낸다.

단막극에 공장장으로 출연한 손봉구씨(부산공장 생산1과)는 "이번 단막극
을 통해 회사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할수 있었으며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역할을 해봄으로써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됐다"고
말했다.

현대정유의 "한마음 교육"은 1천3백여명의 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만큼 모두 12차로 나뉘어 이뤄지고있다.

따라서 팀별로 단막극의 주제도 다양하다.

"노사협력을 위한 경영전략극"을 비롯해 "고객만족극""회사의 조직갈등극""
남녀사원간 갈등극"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있다.

특히 매출증대를 위한 품질향상과 서비스개선노력을 역설하는 "고객만족극"
과 회사내 조직이기주의를 비판하는 "조직갈등극"은 단골주제로 각광받고있
다.

즉흥극의 준비시간은 불과 30분.이시간내에 각팀은 주제선정및 대본을 구
성하고 출연진의 배역에 따라 분장을 해야한다.

출연진들은 한결같이 "노사 공동출연"에 의미를 부여하고있는 분위기다.

비서실장으로 출연한 서울사무소 국제팀의 전문산과장은 "생산직과 관리
직 사원간 마음의 벽을 허물고 노사협력의지를 다지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교육소감을 밝혔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