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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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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언 칼럼] 선의만으로 '탈탄소' 가능한가

    기후 위기 대응은 많은 경제적 비용을 수반한다. 흔히 말하는 탈탄소, 탄소중립, 넷제로(Net-Zero)는 모두 같은 의미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실질적인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선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대규모 투자 비용이 발생할뿐더러 유럽 등의 사례를 볼 때 태양광·풍력발전 등 전면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기료 부담도 사회 전체적으로 증가한다. 더 강하게 대응하면 더 큰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통하는 온실가스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공유지 성격을 띠고 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주인 없는 공유지가 결국 황폐해지는 것처럼 온실가스도 그런 속성을 지닌다. 과거에는 산업화를 먼저 이룬 유럽과 미국이 주된 배출국이었다면, 지금은 미국 외에 중국 인도 등 후발 산업국이 엄청난 탄소를 뿜어내고 있다. 하지만 탄소 배출 최상위국 중 어느 나라도 온실가스라는 공유지 관리의 책임을 떠맡으려 하지 않는다. 탈탄소에는 국가적 부담이 따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은 다른 나라들과 공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얼마 전 유엔총회에서 “기후변화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사기극”이라고까지 말했다. 지난 1월 취임하자마자 유엔 주도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서에 서명했던 그다. 그렇다고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이 기후 대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세계 각국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유엔기구를 통해 탄소중립 아젠다를 주도해 온 유럽연합(EU)에서조차 이로 인한 산업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는 마당이다.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는 브라질에서 열린

    2025.11.20 17:37
  • [천자칼럼] 부사관 딜레마

    미국의 전쟁 또는 테러 영화에 루테넌트(lieutenant)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군 계급이 ‘서전트(sergeant)’다. 초급 장교인 소위(세컨드 루테넌트)나 중위(퍼스트 루테넌트)가 어려운 상황이면 어김없이 서전트와 상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험 많고 잘 훈련된 부사관이 서전트로 이들은 젊은 장교를 보좌해 단위 부대를 운영하는 핵심 전력이다. 모병제로 충원하는 미군은 군 경력 3년 이상의 서전트부터 부사관으로 간주한다. 흔히 병장으로 불리지만, 한국군과는 계급 체계가 다르다.군에서는 부사관의 뿌리를 고대 로마 시대의 켄투리오(centurio)에서 찾는다. 평민인 일반병 출신 중에서 선발된 켄투리오는 귀족이나 기사 출신 장교들을 보좌하며 일선 병력을 통솔 및 관리하는 허리 역할을 맡았다. 지금의 서전트라는 말은 중세 유럽에서 나왔다. 밀접한 유대관계를 가진 봉건 영주로부터 토지를 받고 일하는 상근 군인이 서전트로 용병과는 달랐다.육군의 부사관 충원율이 2020년 95%에서 지난해 42%로 곤두박질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발 정원이 8100명이었으나 지원자가 부족해 계획 인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400명만 충원했다고 한다. 육군뿐만 아니라 해·공군과 해병대도 사정이 비슷하다.부사관 충원난은 알려진 대로 열악한 처우 탓이 크다. 병장 월급 200만원(내일준비적금 매칭 포함) 시대가 열리면서 엇비슷한 초임 급여를 받는 부사관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큰 데다 근무 환경이 열악한 오지 근무를 해야 하는 것도 MZ세대가 지원을 꺼리는 요인이다. 일본 자위대도 군 기피 탓에 부사관 확보율이 50% 언저리까지 떨어졌다지만, 한반도 안보 상황을 생각하면 우리가 일본과 같을 수는 없다. 지

    2025.10.22 17:25
  • [김수언 칼럼] 불안한 5060, 더 불안한 2030

    추석 연휴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부동산 투자 얘기를 들었다. 직장도 거주지도 부산인 30대 부부는 왕창 대출받은 돈에다 전세를 끼고 서울 소형 아파트를 샀다고 했다. 거주 계획이 전혀 없는, 오직 자산 축적을 위한 투자였다. 부부는 대출 부담을 줄이려고 수도권도 알아봤지만 ‘이왕 투자하려면 서울에 하라’는 조언을 들은 뒤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벌어진 자산 격차를 어떻게든 쫓아가려면 불가피한 선택 아니냐고 했다.서울 성수동 전세 아파트의 집주인이 지난달 갑자기 바뀌어 당혹스럽다는 지인도 있었다. 충북 충주에 사는 젊은 매수인이 아파트에 와보지도 않고 계약했다며 실거주 목적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말로만 듣던 ‘서울 똘똘한 한 채’ 투자를 경험한 그는 서울 아파트가 갖는 자산으로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서울과 수도권 핵심지 아파트는 자산시장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지방 부동산과의 가격 격차가 커질수록 서울 쏠림은 심화하는 양상이다. 알게 모르게 늘어나는 젊은 지방 거주자의 ‘영끌’ 또는 ‘몰빵’ 서울 아파트 투자가 이를 방증한다.영끌이든 몰빵이든 이 같은 투자에선 2030세대의 불안과 초조함이 엿보인다. 본인 노력만으론 도무지 쫓아갈 수 없을 만큼 벌어져 버린 자산 격차를 무리해서라도 좁혀보려는 안간힘도 느껴진다. 하지만 다수의 2030세대에게 서울 아파트 영끌 투자는 언감생심일 것이다. 부모 조력이든 대출이든 그만한 여력을 가진 이는 소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불만이 많지만 어떻게 할 도리 없는 자포자기 심정일 개연성이 더 크다.미래를 이끌어갈 2030세대를 둘

    2025.10.13 17:33
  • [김수언 칼럼] 이세돌의 기업 비판이 아픈 이유

    모든 의사결정은 선택에 따른 기대 이익과 비용을 반영한다. 누구나 기대 이익이 실패 손실을 포함한 비용보다 큰 선택을 하려고 한다. 경제학 교과서의 기회비용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포기한 대안 중 편익이 가장 큰 값이 기회비용이다. 판단하기 어렵더라도 선택지 가운데 편익이 큰 것을 고르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정치인도 그렇고 기업 경영자나 투자자의 의사결정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당장의 선거가 중요한 정치인과 미래를 봐야 하는 기업인은 곧잘 상반된 결정을 내린다. 편익이 다르기 때문이다.바둑기사 이세돌은 얼마 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해가 안 된다. 왜 대기업들은 여유가 있는데도 (떠나는 이공계 인재를 잡으려는) 투자를 안 할까? 제 결론은 ‘절박함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좁은 한국 시장만 장악해도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 어차피 ‘새로운 도전을 안 할 것’이기 때문에 인재에 대한 대우가 박하고 인재 유출을 방관한다고도 했다. 10년 전 알파고와 대결하며 인공지능(AI)의 힘을 먼저 경험한 그가 우리 사회의 느린 변화 대응과 현실 안주를 언급하며 꺼낸 얘기다.인터뷰가 마뜩잖은 기업인도 있을 것이다. ‘좁은 한국 시장만 장악해도 먹고살 수 있다’라거나 ‘절박함이 없다’ ‘새로운 도전을 안 한다’는 대목이 불편할 수 있다. 기업 의사결정은 기대 이익과 기회비용뿐만 아니라 실패 비용까지 복잡하게 고려해 이뤄진다는 반박도 가능하다. 하지만 주된 논지는 다른 데 있다.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서 도전한 이병철, 정주영의 기업가정신이 안 보인다는 것

    2025.09.04 17:46
  • [천자칼럼] 애증의 웨스팅하우스

    1939년 열린 뉴욕 세계박람회에는 지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움직이고 말하는 로봇이 출품돼 화제가 됐다. 2.1m 크기 황동빛 로봇으로 걷기와 말하기, 손가락으로 숫자 세기, 담배 피우기 등 26개 동작을 할 수 있었다. 일렉트로(Elektro)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로봇의 당시 동영상은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미국 아폴로 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은 1969년 7월 21일 인류 처음으로 달 표면에 발을 내디뎠다. 암스트롱이 사다리를 타고 탐사선에서 내리는 순간을 전 세계에서 수억 명이 흑백 TV로 지켜봤다. 당시 영상 카메라는 탐사선 외부에 장착된 30프레임짜리였다.박람회 로봇과 달 착륙 카메라는 모두 웨스팅하우스가 만든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1월 맺은 원전 지식재산권 분쟁 해소를 위한 합의문과 관련해 불공정 계약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바로 그 회사다.1886년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설립한 전기 관련 기업이 모태로, 1999년 원자력 사업만 분사해 지금에 이르렀다. 1950년대에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건설하는 등 미국 제조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1980년 이후 미국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영권도 여러 번 바뀌었다. 2006년 일본 도시바가 인수했다가 2017년 파산신청을 했고, 이후 캐나다 사모펀드인 브룩필드가 인수했다.한국과의 첫 인연은 나쁘지 않았다. 최초의 원전인 가압경수로 고리 1호기가 웨스팅하우스 기술 지원을 받아 1977년 준공됐고 고리 2∼4호기, 한울, 한빛 원전 등에도 같은 기술이 채택됐다. 한국형 원전인 APR1400과 APR1000 역시 웨스팅하우스가 개발한 가압경수로 시스템 기반이다.웨스팅하우스는 최근 들어 원천 기술을 앞세워 원전 수

    2025.08.21 17:29
  • [천자칼럼] 갈림길에 선 돈바스 운명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 접경지인 돈바스(Donbas)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2개 주(州)를 합친 지역이다. 거주 인구가 많지 않았고 역사적 중심지도 아니었다. 그러다 1827년 석탄이 발견되면서 달라졌다. 석탄층을 찾아낸 지질학자가 도네츠 분지라는 뜻의 ‘도네츠 바이세인’, 줄여서 ‘돈바스’로 부른 데서 지명이 알려졌다.1800년대 중후반부터는 제정 러시아의 거대한 광산이자 대장간으로 급부상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과 독일은 이곳에서만 3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기도 했다. 돈바스는 옛 소련의 중공업 복합단지로 부상했지만 1960년대 이후 생산성 악화로 조금씩 쇠락해 왔다.잊혀져 가던 돈바스가 다시 세계인의 시선을 끈 것은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빼앗아 합병한 직후다. 돈바스 친러시아 주민들의 분리주의 움직임이 거세졌고 이들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과 함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수립을 선언했다. 1만4000명이 희생된 내전의 시작이었다. 이듬해에는 독일과 프랑스가 중재에 나선 끝에 ‘민스크 협정’을 통해 휴전과 자치권 보장에 합의했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다툼이 끊이지 않아 동유럽의 화약고로 불렸다.돈바스 영유권이 이번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여부를 좌우할 핵심 조건으로 떠올랐다. 2022년 2월 24일 발발한 전쟁이 이미 1000일을 넘긴 가운데 지난 주말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는 돈바스를 차지하는 조건의 휴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양측이 합의했다는 뚜렷한 근거는 없다. 다만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

    2025.08.17 17:08
  • [천자칼럼] 밀려나는 지역 소주

    우리나라 소주의 역사는 13세기 중후반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를 침략한 몽골군이 곡주를 증류해 소주를 만드는 방법을 전수했고 개경 주변에 양조장을 설치했다고 한다. 대표적 전통 소주인 안동소주 역시 이때 태동한 것으로 보인다. 문배주, 이강주 등 전통 증류주의 뿌리도 마찬가지다.지금 서민이 많이 마시는 소주는 증류식 전통 소주와는 제조법이 다른 희석식 소주다. 95% 이상의 고농도 알코올 주정을 만든 뒤 물과 첨가물을 넣어 10∼35%로 희석한다. 일본에서 개발된 저렴한 소주 생산 방식이다. 1919년 평양에 한반도 최초의 희석식 소주 공장인 조선소주가 세워졌고, 1924년에는 하이트진로의 전신인 진천양조상회가 평안남도에 설립됐다. 이후 한반도에 세워진 크고 작은 소주 공장이 줄잡아 1000개를 넘었다.소주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1976년이다. 박정희 정부는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자도주 의무구매제’를 도입했다. 제도 시행 후 소주 기업이 약 250곳에서 11곳으로 줄었다. 수도권의 진로와 별개로 부산의 대선주조, 경남의 무학, 전남의 보해양조, 대구·경북의 금복주, 대전·충남의 선양 등이 지역 대표 소주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1996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제도가 폐지됐고 이때부터 무한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소주 시장의 절대 강자인 하이트진로(38%)가 올해 상반기 대선주조(30%)를 누르고 부산에서도 시장 점유율 1위에 처음 올랐다고 한다. 지역 소주 회사들은 마지막 보루이던 부산마저 뚫렸다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다른 지역은 이미 시장 1위를 하이트진로에 내줬다. 대선주조는 소주 광고에 ‘지방 소멸 방지’를 호소하는 문구까지 넣

    2025.08.12 17:37
  • [김수언 칼럼] 트럼프, 왜 美 제조업 부활에 목매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 1월 출범한 직후 일방적으로 시작한 관세 전쟁으로 전 세계가 비상이다. 미국 주도로 1947년 출범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와 이를 이어받아 1995년 확대 개편된 WTO(세계무역기구)의 보편적 자유무역 질서는 불과 몇 개월 사이 설 자리를 잃었다. 적어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무역에서는 그렇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캐나다, 멕시코 등과의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은 상호관세 합의 후 새 무역협정으로 대체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상태다.트럼프의 일방통행식 관세 전쟁은 알려진 대로 미국 내 철강, 조선, 반도체 등 제조업 부활 정책과 맞닿아 있다. 관세 정책을 설계한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쓴 이른바 ‘마이런 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 그대로다. 트럼프 2기 출범 6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보면 깜짝 놀랄 만큼 현재의 정책 궤적과 닮았다. 단순히 무역 적자를 줄이고 관세 수입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선다.보고서는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구조적 강세로 인해 금융산업과 부유층은 이득을 보지만 수출 경쟁력이 추락하면서 제조업이 쇠퇴했다고 진단한다. 그 결과 제조업 일자리가 줄고 지역 경제가 붕괴하면서 노동자들이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것으로 분석했다. 관세 정책은 제조업 부활을 견인해 일자리를 늘리고 양극화를 줄이는 최적의 수단으로 제시됐다. 거시 경제와 금융 시장이 받을 충격에 대한 우려는 과장됐으며, 이는 트럼프 1기 때 중국과의 관세 전쟁에서 검증된 사실이라고 설명한다.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철강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말을 했다. 강력한

    2025.07.29 18:00
  • [천자칼럼] 권력의 간판 욕심

    러시아 주요 도시의 하나인 볼고그라드는 한때 스탈린그라드로 불렸다. 옛 소련 공산당의 초대 서기장이자 최고 통치권자인 이오시프 스탈린을 우상화하기 위해 1925년 차리친에서 ‘스탈린의 도시’라는 뜻의 스탈린그라드로 바뀌었다. 스탈린그라드는 1953년 스탈린이 사망한 뒤에도 1961년까지 유지됐다. 그러다 후임자인 니키타 흐루쇼프의 스탈린 격하 정책에 따라 볼고그라드로 명칭이 다시 변경됐다.믿기 어렵겠지만, 과거 지폐 인물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등장한 적이 있다. 한국은행은 1956년 발행한 500환 지폐 한가운데에 당시 재임 중이던 이 대통령 초상을 실었다. 지폐를 접으면 대통령 얼굴이 접히고 두 쪽으로 찢어지기 일쑤라는 게 문제였다. 결국 1958년 대통령의 초상 위치를 오른쪽으로 바꾼 새 지폐가 나왔지만 1962년 6월 화폐 단위가 ‘환’에서 ‘원’으로 바뀌면서 사라졌다.이름을 남기려는 최고 권력자의 욕심은 북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김일성종합대학은 1946년 10월 개교한 뒤 김일성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북한 최고 대학으로 거듭났다. 개교 당시 대학명에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대로 강행됐다.미국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 오페라하우스’ 명칭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인 이름을 딴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오페라하우스’로 바꾸는 법안을 추진해 화제다. 법안 발의자는 “예술을 향한 멜라니아의 열정을 기리는 훌륭한 방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케네디센터는 미국 공연장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여서 많은 미국인의 빈축을 사고 있다는 전언이다.공화당은 건국 250주년인 내년에 250달러짜리

    2025.07.24 17:38
  • [김수언 칼럼] 이재명 정부 '진짜 성장' 이뤄내려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가 ‘새 정부 성장정책 해설서’를 내놨다. 자료집 제목은 <대한민국 진짜성장을 위한 전략>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정책 멘토인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발간사에서 “성장이 불가능해진 사회에서는 기득권이 없는 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며 “모두 체감할 수 있는 성장인 진짜 성장의 길로 도약해 나가야 할 때”라고 썼다.국정기획위는 경제·산업 대도약을 통한 ‘3·3·5’ 비전을 명시했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과 잠재(진짜)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박정희의 산업화, 김대중의 정보화를 잇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 위원장은 엊그제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때 “수요 주도 형태나 건설업을 앞세우는 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술로 선도하고 창조하는 비전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10대 기업 외 새로운 기업이 보이지 않는 것이 우리 경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는 듣기 쉽지 않은 얘기다.새 정부의 지향점은 5년 국정과제의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더 명확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국정기획위가 먼저 ‘성장’에 방점을 둔 것은 평가할 만하다. 분기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24년 2분기부터 계속 마이너스 또는 제로 성장률 수준으로 추락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관건은 ‘진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다. 지난해 하반기 화제가 된 이른바 ‘드라기 보고서’의 유럽 경제 심층 분석은 새 정부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328쪽 분량의 ‘유럽

    2025.06.19 17:50
  • [천자칼럼] 드론판 '진주만 공습'

    2020년 9월 발발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제2차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은 게임체인저로서 무인기(드론)의 파괴력을 보여준 최초의 현대전이다. 당시 아르메니아는 탱크, 장갑차 등 재래식 전력에서 우위에 있었지만, 아제르바이잔 대형 드론의 미사일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쟁에서 승리한 아제르바이잔은 그해 11월 9일 나고르노-카라바흐 점령지 상당 부분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휴전에 합의했다. 이 전쟁은 튀르키예에서 개발한 바이락타르-TB2 드론이 세계적 명성을 얻는 계기가 됐다. TB2 드론의 가격은 500만~700만달러로 알려졌다.그해 1월에는 이란 군부의 실세이던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 드론 공습으로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피살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로 하늘위 MQ-9 리퍼 드론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솔레이마니 사령관 일행이 탄 차량 2대에 명중했다.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MQ-9 리퍼는 날개 길이가 20m 정도로 대당 가격이 1600만달러에 달한다.우크라이나가 지난 1일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에 대규모 드론 공습을 감행해 전략폭격기 40여 대를 파괴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국경에서 4300㎞ 이상 떨어진 내륙 이르쿠츠크 등의 공군기지 인근에 117대의 소형 자폭 드론을 컨테이너 트럭으로 몰래 반입한 뒤 현장에서 원격 조종했다. 소형 드론 가격은 한 대에 수백달러(수십만원)에 불과하지만, 파괴된 러시아 전략폭격기는 수십억달러(수조원)에 달한다는 게 우크라이나 주장이다. 러시아의 한 군사 블로거는 “마치 진주만 공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충격을 표시했다.3년 넘게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

    2025.06.03 20:22
  • [천자칼럼] 연금과 은퇴연령 갈등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은 공격적인 투자로 자산을 불려서 30~40대에 조기 은퇴하려는 사람을 일컫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했고 국내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생겨났다. 하지만 평균적인 직장인에게 조기 은퇴는 너무나 멀리 있는, 남의 얘기일 뿐이다.국회도서관이 3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토대로 내놓은 ‘데이터로 보는 고령자 고용’에 따르면 호주의 표준은퇴연령은 66.5세, 미국과 영국은 66세, 독일은 65.8세, 일본과 캐나다는 65세다. 한국의 표준은퇴연령은 62세로 선진국보다 낮다. 표준은퇴연령은 22세부터 노동시장에 진입한 사람을 기준으로 제한 없이 완전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나이를 뜻한다. ‘조기 퇴직 후 편안한 노후 생활’은 선진국 직장인에게도 그림의 떡이라는 의미다. 각국 정부가 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수급자에게 더 일하도록 하면서 지급 시점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정년이 없는 미국의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정규 수령 연령은 1960년 이후 출생자의 경우 67세다. 62세부터 조기 수령할 수 있지만 연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되도록 은퇴를 늦추려고 한다. 1957~1960년생 62세, 1961~1964년생 63세, 1965~1968년생 64세, 1969년생 이후 65세인 한국에 비해 연금 수령 연령이 높다. 한국에서는 각각의 기준 연령보다 5년 먼저 연간 6%씩 최대 30% 감액된 조기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복지 원조’로 불리는 덴마크가 연금 수령 연령 조정 때문에 시끄럽다. 덴마크 의회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은퇴 연령을 현행 67세에서 2030년 68세, 2040년 70세로 높이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노

    2025.05.25 17:38
  • [천자칼럼] 소리 없이 강한 韓 기업들

    젠틀몬스터. 구글이 엊그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 스마트안경을 깜짝 공개하면서 디자인 파트너로 소개한 한국의 안경 브랜드다. 블랙핑크 제니의 선글라스로 유명한 브랜드로 고급 안경테와 렌즈 등을 앞세워 매출의 절반 이상을 미국 중국 등에서 올리고 있다.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중견 제조기업 아이아이컴바인드는 화장품 탬버린즈와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K패션 선두 주자로서 글로벌 첨단 제품과의 융복합을 당당하게 구현해냈다는 평가다. 이 회사의 지난해 전체 매출(연결 기준)은 7891억원, 영업이익은 2338억원에 달한다.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파크시스템스는 극미세 반도체 공정의 필수 계측 도구인 원자현미경(AFM) 시장에서 세계 1위다. 기존 광학 및 전자현미경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20㎚(1㎚=10억분의 1m) 이하의 박막 두께, 표면 평탄도를 계측하는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 박사인 박상일 대표가 1997년 회사를 설립한 뒤 미세 진동을 감지해 표면 형상을 측정하는 비접촉식 원자현미경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제이브이엠(JVM)은 약국 자동화 분야의 절대강자다. 국내 시장엔 경쟁자가 없고 유럽과 미국, 캐나다에서도 파우치형 자동 조제기 점유율 1위다. 올해 1분기에는 처음으로 수출이 내수를 앞섰다. 스피폭스는 알루미늄 콘덴서 케이스를 특수 성형·가공하는 소재부품 전문회사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1974년 설립 후 한 우물만 판 유풍은 세계 1위 모자 기업이다. 세계 시장에서는 조병우 회장을 ‘모자왕’으로 부른다. 레이크머티리얼즈는 육안으로 보이

    2025.05.21 17:30
  • [천자칼럼] '호텔경제론' 소동

    부두 경제학(Voodoo Economics)은 비합리적인, 비과학적인 경제이론을 비판할 때 쓰이는 말이다. 서인도제도의 주술 종교인 부두교를 단어 앞에 붙여 과학이 아니라 희망 사항을 담은 이론일 뿐이라는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1980년 경선 과정에서 감세 및 재정지출 축소가 경제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레이거노믹스’를 주창하자, 경쟁자인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가 맹비난하며 처음 썼다. 지금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깎아내릴 때 사용한다.지난 18일 첫 대선 후보 TV 토론회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이른바 ‘호텔경제론’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호텔 예약을 취소해도 돈만 돌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괴짜 경제학”이라고 꼬집으면서다. 국민의힘도 “무책임한 먹튀 경제론”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를 살리려면 자금 순환이 필요하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 단순화한 것인데 딴지를 걸고 있다”고 반박했다.이 후보는 2017년 대선 때 지역화폐 효용 차원에서 꺼낸 호텔경제론을 16일 군산 유세에서 다시 거론했다. 한 여행객이 10만원으로 호텔 방을 예약하면 호텔은 그 돈으로 가구점에서 침대를, 다시 가구점은 치킨집에서 통닭을, 치킨 가게는 이웃 문구점에서 필기구를 구입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식으로 지역 상권이 활기를 띨 수 있다는 내용이다. 나중에 호텔 예약자가 예약을 취소하고 10만원을 찾아가도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학자들은 경제를 단순히 도식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현실 경제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꼬집는다.

    2025.05.19 17:41
  • [김수언 칼럼] 경제 강국, 선거 구호로만 되겠나

    잠재성장률 추락을 지적하는 국내외 기관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하루이틀 얘기는 아니지만, 가팔라지는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보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2030년 잠재성장률을 1.5%로 전망했고 2031~2040년에는 0.7%로 다시 반토막 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잠재성장률을 1.98%로 제시했다. 국내외 연구기관은 우리가 모든 자원을 동원해도 인플레이션 같은 부작용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최대치를 연 2% 미만으로 보고 있다. 실제 경제성장률(GDP 증가율)은 단기적으론 외부 변수의 영향을 받지만, 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 흐름을 따라가기 마련이다.저성장이 굳어지는 가운데 6월 3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의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 유력 대선 주자가 일제히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재명 후보는 그중 1호 공약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내놨다.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빅5 문화강국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의 1호 공약은 ‘기업할 자유가 넘치는 나라, 일자리 창출로 활기찬 대한민국 경제 구현’이다. 법인세 및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노사 합의 기반의 주 52시간제 개선 등을 담았다. 이준석 후보는 ‘대통령 힘 빼고 일 잘하는 정부 만들기’를 맨 앞에 내세웠다. 리쇼어링(해외 공장의 국내 복귀)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도 약속했다.모두가 더 나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만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경제 상황에선 왠지 공허하게 느껴진다.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노동과

    2025.05.12 17:31
  • [천자칼럼] 中企 현장의 재소자

    인테르노(Interno)는 남미 콜롬비아의 여성 교도소 안에 있는 레스토랑이다. 옥중 식당답게 수감 중인 재소자가 직접 요리하고 서빙한다. 관광객과 시민을 대상으로 매주 6일간 저녁때만 영업한다. 에피타이저와 메인 요리, 디저트로 이뤄진 음식 가격이 30달러 정도다. 모범적인 수형자에게만 일자리가 주어지고 출소 후에도 원하는 기간만큼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다. 미국 타임지는 2016년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을 세계 100대 최고의 장소 중 하나로 선정했다.인갈레라(InGalera)도 이탈리아 밀라노의 볼라테 교도소에 자리 잡은 식당이다. 인테르노보다 먼저 생겼다. 점심 단품 메뉴가 15유로 정도인 이 식당엔 주말이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손님과 유명인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깔끔하게 정리된 레스토랑 홈페이지 및 예약 전화번호를 찾아볼 수 있다. 모두 재소자의 재활을 돕는 교도소 내부 프로그램으로 기획돼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반면 2009년 문을 연 영국 브릭스턴 교도소의 더 클링크(The Clink) 레스토랑은 올 7월 말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임시 석방된 수형자들이 교도소 바깥에서 예배당을 개조한 레스토랑을 운영해왔으나 비용 문제를 이겨내지 못했다.재소자 교화와 사회 복귀 지원은 모든 나라의 고민이다.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출소 후 사회 적응과 구직을 돕는 직업훈련 및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을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이유다. 법무부가 엄선한 모범 수형자들이 함께 합숙하며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희망센터’ 프로그램이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사회 적응이 간절한 재소자 모두에게 환영받고 있다는 소식이다.매달 100만원 안팎의 장려금을 받

    2025.05.07 17:37
  • [천자칼럼] '실세 장남' 트럼프 주니어

    ‘1789캐피털(1789 Capital)’은 투자 은행가 오미드 말릭과 기업인 크리스토퍼 버스커크 등이 2022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설립한 벤처캐피털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비판적인 보수 성향의 투자회사로 ‘1789’ 숫자는 인간 권리를 천명한 권리장전이 채택된 해를 의미한다.이 회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47)가 지난해 11월 파트너로 합류한 뒤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말릭 대표와 버스커크 최고투자책임자(CIO)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후원 그룹으로 알려진 데다, 트럼프 주니어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말릭 대표 등과 함께 지난달 26일 워싱턴DC에서 슈퍼리치를 대상으로 하는 사교 클럽인 ‘이그제큐티브 브랜치(Executive Branch)’를 창립해 다시금 화제가 됐다. 클럽 가입비만 50만달러(약 7억원)에 달하지만 추천 요건이 따로 존재한다. 기업가가 트럼프 정부 인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게 정치매체인 폴리티코 분석이다. 벌써 가입 대기자 명단도 있다고 한다.트럼프 주니어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초청으로 지난달 29일 방한해 1박2일의 짧은 일정 속에서도 15개 기업 총수와 만난 뒤 출국했다. 이번 방한에도 말릭 대표와 버스커크 CIO가 동행했다. 대미 네트워킹에 촉각을 세우는 우리 기업인에게 펀드 출자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대통령 가족은 민감한 존재다. 대통령 국정 수행을 옆에서 도울 수 있지만, 청탁이나 이권 문제 등에 얽히면 정치적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형이든 아들이든 대통령 가족의 외부 활동은 극도의 견제를 받는다. 끝이 좋은 적이 없었던 까닭이다. 그런 점

    2025.05.01 17:55
  • [천자칼럼] 50살 MS의 부침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평균수명은 2020년 이후 18년 정도에 불과하다. 1980년의 36년과 비교하면 4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이 시장 질서를 뒤흔들면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이 쇠락했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앞으로 기업수명이 더 짧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이 전통 기업의 경쟁 우위를 빠르게 무너뜨려 수명을 단축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엊그제 창사 50년을 맞았다. MS의 워싱턴주 본사에서는 반세기 만에 글로벌 빅테크 대표주자로 성장한 것을 자축하는 기념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잘 알려진 대로 첫출발은 빌 게이츠와 친구 폴 앨런이 1975년 4월 4일 뉴멕시코주에서 설립한 작은 컴퓨터 회사였다. 1980년대 MS-DOS와 윈도 등 컴퓨터 운영체제(OS)를 IBM에 공급하며 PC 대중화의 주역이 됐다. 이후 워드와 엑셀, 파워포인트 등으로 잘 알려진 업무용 소프트웨어 오피스를 개발해 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창업자 빌 게이츠에 이어 스티브 발머가 경영을 맡은 2000년부터 2014년 초까지의 기간이 흑역사다. PC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는 거센 태풍이 부는 시기에 변화 대응에 뒤처지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모바일로 부활한 애플에 밀렸고 검색에선 구글에 추월당했다. 위기 극복은 세 번째 CEO인 사티아 나델라가 이뤄냈다. PC 대신 클라우드를 앞세운 전략이 들어맞았고 한발 앞선 오픈AI 투자도 빛을 발하고 있다.MS는 지나온 50년을 넘어 새로운 50년을 정조준하고 있다. 모바일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아 AI 생태계에선 앞서가겠다는 야

    2025.04.06 17:34
  • [천자칼럼] 트럼프의 3선 도전

    민주당 소속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이다. 루스벨트는 대공황 시기인 1932년 허버트 후버(공화당) 대통령을 누르고 1933년 제32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후 치러진 세 번의 대선에도 출마해 승리했다. 루스벨트를 제외하면 지금껏 3선 이상을 한 미국 대통령은 없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엊그제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3선 도전 가능성을 다시 밝혀 주목받고 있다. 그는 3선 출마와 관련해 “농담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의 미국 수정헌법 22조는 ‘누구도 대통령직에 두 번 이상 선출될 수 없다(No person shall be elected to the office of the President more than twice)’고 규정하고 있다. 1947년 발의돼 1951년 비준된 이 조항의 ‘두 번 이상’은 연임 여부와 상관없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과거 루스벨트의 3선 출마가 가능했던 것은 이 같은 헌법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연임하고 물러나는 선례를 남기자 후임 대통령들은 모두 세 번째 도전에 나서지 않는 불문율을 만들었다.하지만 민주당은 법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인기가 높았던 루스벨트의 3선 출마를 강행했고 4선 때도 안팎의 반발이 심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상황 등을 이유로 밀어붙였다. 민주당은 이번엔 대통령 3선을 금지하는 조항을 헌법에 명시하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트럼프의 3선 도전 발언이 정치적 수사라는 분석도 있다. 4년 임기로 끝내겠다고 밝히면 내년 11월 중간선거 이후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예측 불허’인 트럼프 성향을 고려할 때 3선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2025.03.31 17:33
  • [천자칼럼] 카놀라유와 LMO 감자

    카놀라유는 유채 씨앗에서 추출하는 식용유다. 한때 시장점유율이 40%를 웃돌아 국민 식용유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은 건강에 더 좋다는 올리브유, 포도씨유 등에 왕좌를 내줬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 덕분에 튀김가게 등에서 많이 사용한다.카놀라유의 원재료인 유채는 대표적인 유전자변형농산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로 꼽힌다. 원래 유채 기름은 심장질환이나 암을 유발하는 에루스산이 들어 있어 식용이 아니라 공업용으로 쓰였다. 1970년대 캐나다 과학자들이 품종 개량을 거쳐 에루스산이 적은 유채유(카놀라유)를 개발해 식용이 가능해졌다.농촌진흥청이 GMO의 한 종류인 ‘번식 가능한 유전자 변형 농산물’(LMO: Living Modified Organism) 감자에 대해 재배 안전성 적합 판정을 내려 주목받고 있다. 미국 농업회사 심플로트가 LMO 감자인 ‘SPS-Y9’ 품종의 식용 수입을 요청한 지 7년 만이다. GMO는 LMO와 Non-LMO로 나뉘며 LMO는 번식이 가능한 농산물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체 위해성 평가를 통과하면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 이번에 적합 판정을 받은 감자는 ‘튀김’에 특화한 품종이다. 감자를 자른 후 나타나는 갈변 현상을 줄이면서 튀겼을 때 발암 물질도 덜 나오게 개량했다는 게 심플로트 측의 설명이다. 이와 별개로 지난달 미국 바이오산업협회 등은 한국 정부의 까다로운 LMO 심사 절차를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하는 의견서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했다.지금까지 인체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몇몇 농민단체는 독성물질 축적 우려 등을 이유로 LMO 감자 수입에 반대하고 있다. LMO는 이미 국내에도 적지 않게 수입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2025.03.25 17:25
  • 나영두 전 한은 파리사무소장 별세

    ▶나영두 전 한국은행 파리사무소장 별세, 홍찬 치과의사·은주 서울예대 겸임교수 부친상, 김선원씨 시부상, 나지선 한국경제신문 기획조정실 변호사 조부상=16일 중앙대병원 발인 18일 

    2021.02.16 23:23
  • [김수언의 이슈 프리즘] 한국은 중국에 어떤 존재인가

    “한국은 실질적으로 중국의 일부이곤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중 역사적 관계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은 정상회담 며칠 뒤 트럼프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과 한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다.즉각 파문이 일었다. 시 주석이 일방적인 중화주의 역사관을 안하무인격으로 드러냈다는 비판이 거셌다. 조공을 바친 아픈 역사가 있지만 고대로부터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 아니라 독립국 지위를 유지했다는 게 사실(史實)이기 때문이다.당시 한국 정부는 국민 여론이 들끓자 사실관계 확인을 중국에 요청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들었다는 얘기는 없었다. 그리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잊혀갔다. 속국으로 대접하려는 중국의 속마음을 여과 없이 맞닥뜨리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다.점점 더 위압적인 이웃, 중국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는 수면 아래에 있던 이 같은 한·중 관계의 트라우마를 다시 끄집어냈다. 최근 중국 정부의 고압적인 태도에 불쾌함을 느끼는 국민이 크게 늘었다. 대북 정책 차원이든 다른 이유에서건 중국 외교에서 저(低)자세로 일관해온 한국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이도 많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우한 폐렴을 대처하는 과정에서조차 정부가 과도하게 중국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정부는 중국인 관광비자 발급과 관련해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지난 2일 중국인 관광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가 두 시간 뒤 ‘중단 검토’로 말을 바꿨다. 덜컥 발표했다가 뒤집었다면 무능과 무책임을 내보인 것이고, 중국의 항의 때문

    2020.02.10 18:05
  • [김수언의 이슈 프리즘] 문재인의 개혁, 마크롱의 개혁

    문재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7년 5월 나란히 취임했다. 임기가 똑같이 5년인 두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반환점을 돌았다. 이제 남은 임기가 2년 정도다. 그나마 마크롱 대통령은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두 사람은 취임 때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적폐 청산과 함께 포용국가를 향한 개혁을, 마크롱 대통령은 이른바 ‘프랑스병(病)’ 치유와 국가 효율성 제고를 위한 개혁을 다짐했다. 모든 개혁에는 진통이 따르는 탓인지 두 나라에서는 지난 2년8개월 동안 정치·사회적 혼란이 계속됐다. 이제까지 힘들게 국정을 이끌어왔고 지금도 그렇다는 점에서 두 대통령은 동병상련의 처지다.'더 일하자'는 마크롱의 개혁한국 언론은 그런 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을 줄곧 비교해왔다. 개혁 방향과 내용, 국정운영 방식, 중간 성적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비교 대상이었다. 청와대 인사들이 내켜 하지 않더라도 이 같은 비교는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더 일하는 프랑스’에 초점을 맞춘 마크롱 대통령의 손끝과 ‘더 보장하는 한국’에 초점을 맞춘 문 대통령의 손끝은 거의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요즘 세계 언론은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뚝심’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2018년 유류세 인상에 반발한 ‘노란 조끼’ 시위에 밀려 벼랑 끝에 섰던 마크롱 정부는 이번엔 어느 정부도 성공하지 못한 연금 개혁을 밀어붙이는 중이다.‘더 일하고 덜 받는 구조’로 연금 체계를 바꾸려는 게 핵심이다. 계속되는 노동계 파업으로 전국 철도와 지하철, 학교 운영까지 차질을 빚고 있

    2020.01.13 17:25
  • [김수언의 이슈 프리즘] '부동산發 심판론' 커지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은 다른 잘잘못에 앞서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심판하는 자리가 될 공산이 크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부동산 민심’이 끓어오른 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폭등한 서울 집값은 거주지에 상관없이 대다수 국민을 패배자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정파적 지지 여부를 떠나 좌절감과 상실감, 분노를 얘기하는 이가 상당수다.지난달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들끓는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워킹맘’으로 소개한 이민혜 씨는 대통령 앞에서 “전국 집값이 안정화 추세라고 하셨지만 서울만 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내집 하나 마련하는 게 서민들의 꿈이자 목표인데, 서울에서는 내집 마련하는 게 어려울 만큼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30대 워킹맘의 호소는 국민으로부터 큰 공감을 샀다.정부 실패냐, 시장 실패냐문재인 정부는 지난 2년7개월 동안 줄곧 “부동산 문제는 자신있다”고 말해왔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민과의 대화’에서 다시금 “자신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했고,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현 정책실장 역시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고 수없이 밝혔다.문재인 정부는 모두 17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정부의 완패다. 모두가 아는 대로 대책이 나올 때마다 서울 집값은 되레 급등했다. 동시에 대부분의 지방 부동산 시장은 상대적으로 침체되면서 양극화만 심해지고 있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얼마 전 문 대통령 취임 당시와 현재의 서울 아파트 3.3㎡당 가격을 비교한 자

    2019.12.09 18:35
  • [다시 읽는 명저] "정부 개입에 익숙해지는 것은 노예 상태로 가는 길"…입법·행정의 실패에 지나치게 관대한 시민의식 비판

    “공무원 조직은 어느 정도의 성장 단계를 넘어서면 점점 더 억제할 수 없게 된다. 우리가 프랑스 등 대륙국가의 관료제에서 보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 군주에게 무제한 권위가 있다는 가정을 논박하면서 자유주의가 등장한 것처럼, 현재의 진정한 자유주의는 의회에 무제한적인 권위가 있다는 가정을 논박할 것이다.”허버트 스펜서(1820~1903)는 영국 사회학의 창시자이자 철학자, 자유주의 사상가다. 그가 주창한 사회진화론(사회다윈주의)은 한동안 ‘가난한 사람을 멸시하고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논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그의 자유주의 철학은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경쟁과 자유주의를 옹호했기 때문에 반대 진영으로부터 과도하게 비난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경계해야 할 입법만능주의19세기 영국의 정치·경제·사회상을 담아 1884년 펴낸 《개인 대 국가(The Man versus the State)》는 스펜서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는 이 책에서 “국가의 역할과 간섭이 커질수록 개인 자유는 침해받게 된다”며 ‘작은 정부론’을 폈다. 또 개인의 자유와 책임, 자발적 협동을 강조하면서 과도한 정부 규제의 철폐와 자유무역 확대, 무분별한 복지 축소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스펜서는 “정부기관이 많아질수록, 시민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고 정부가 자신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관념이 더 많이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정부 개입에 익숙해지면 바라는 목적을 개인적인 행위나 사적인 조합이 아니라 공공기관을 통해 달성하는 데 더 친숙해질 것”이라며 이를 “노예 상태로 가는 길&rdquo

    2019.11.25 09:00
  • [김수언의 이슈 프리즘] 저금리가 '경제 민낯' 가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한국 경제 바로알기’ 소책자를 발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짐작하듯 이 책자에는 대내외 여건은 어렵지만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각종 수치 및 그래프도 빼곡히 실려 있다.그렇지만 ‘안쓰럽다’는 느낌 없이 이 책자를 읽어내기는 힘들다. ‘경제위기? 글로벌 경기 하강 속에서 적극 대응 중’ ‘내년 상황? 금년보다 개선 전망’ ‘고용? 양적·질적으로 뚜렷한 회복세’ 등의 소제목들이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아무리 포장해도 올해 2% 경제성장률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연구기관들의 전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재로서는 올해 2% 성장이 쉽지 않다”고 했다.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낮추며 정부의 경기 부양에 힘을 보탠 곳이 한국은행이다.1%대 성장, 진짜 위기다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것은 세 번뿐이었다. 제2차 석유파동이 닥친 1980년(-1.7%), IMF 구제금융을 받은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9년(0.8%)이 그때였다. 올해는 ‘쇼크’ 수준의 대외 변수가 없는데도 이 대열에 합류할 처지다. 미·중 통상전쟁과 한·일 갈등이 위협이긴 하지만 외환위기, 금융위기에 비할 수는 없다.성장률은 모든 경제 활동의 결과다. 성장률이 개선되지 않으면 소득도 일자리도 늘어나기 힘들다. 이것이 핵심이다. 인구 구조가 과거와 달라졌고 경제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으며 지금 세계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과거

    2019.11.11 17:40
  • [다시 읽는 명저] 인구급증 따른 빈곤 불가피성 강조하며 미래 비관, 농업생산성 향상 간과…국가 개입주의 한계 지적도

    영국 경제학자인 토머스 맬서스(1766~1834)는 1798년 《인구론》을 펴냈다. 산업혁명으로 농촌 사람들이 계속 도시로 몰려들던 때였다. 급팽창한 도시는 혼란스러웠지만, 당시 유럽을 지배하고 있던 계몽주의 사상은 산업혁명과 과학 발달에 힘입어 사회가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었다.맬서스는 사회 주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인구론》을 대표하는 문장인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에서 보듯 미래를 비관적으로 봤다. 토지 자원은 유한한 만큼 식량 증산이 인구 증가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리고 그는 식량 부족이 초래할 빈곤은 자연적 조건에 의한 것이지 사회제도에 의한 것이 아니며, 인위적으로 구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맬서스는 일반 정서와는 다른 주장을 펼치는 데 대한 부담 때문에 《인구론》 초판을 익명으로 낸 뒤 2판부터 실명으로 출판하며 내용을 수정해 나갔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는 《인구론》의 가치를 “문장도 착상도 단순하지만, 여기에는 체계적인 경제학적 사고의 발단이 있고 인용할 만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식량부족 대비해 인구 급증 막아야”맬서스는 《인구론》 출판에 앞서 미국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으로부터 통계자료를 받아 인구와 식량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의 ‘기하급수적 인구 증가와 산술급수적 식량 증산’ 결론은 그렇게 도출됐다. “25년마다 인구는 1, 2, 4, 8, 16, 32, 64, 128, 256, 512 식으로 증가한다. 식량은 1, 2, 3, 4, 5, 6, 7, 8, 9, 10 식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225년 뒤에는 인구와 식량의 비율이 512 대 10이 될 것이다.”《인구론》은

    2019.11.04 09:00
  • [다시 읽는 명저] "기업가는 진취적이고 과감한 개인주의를 계승했다"…미국 발전의 원동력으로 자유주의와 개척정신 꼽아

    “유럽에서 온 이주민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이룩한 위대한 성과를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미합중국의 발전은 어느 인류사회의 발전보다 굉장히 신속했다. 북아메리카에는 지구상 최대 강국이 불과 한 세기 반 만에 들어섰다.” “미합중국은 초창기부터 필요에 따라 적합한 자유를 창조했고, 건국의 아버지들은 150년 동안 혁명을 겪지 않고 수정해나갈 수 있는 위대한 헌법을 제정했다. (중략) 미국은 성장의 포화점에 도달한 나라가 아니라, 꿈과 활기에 가득 차 있는 젊은 나라다.”프랑스 역사가이자 전기작가인 앙드레 모루아(1885~1967)의 《미국사》는 초강대국 미국의 역사를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서술한 명저다.개척자 정신으로 무장한 나라1943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미국사》 집필을 시작한 모루아는 “한 국가가 놀랄 만큼 급속히 발전하게 된 과정을 살펴보고 국민이 숭고한 이상을 현실화하는 방법을 밝혀보려는 의욕을 저버릴 수 없었다”고 서문에 썼다. 그는 이 책에 앞서 《영국사》 《프랑스사》도 펴냈다.“아메리카 대륙에서의 험난한 생활, 인디언과의 투쟁, 드넓은 토지, 상호 부조의 필요성 등이 정착민의 성향마저 바꿔놓았다. 관용을 베풀고 독립적이며, 억센 기질과 일에 대한 열정 및 체력의 차이 외에는 일체의 불평등을 허용하지 않는 개척자 정신이 등장한 것이다.”모루아는 《미국사》에서 1607년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으로 향한 143명의 이민자가 건설한 영국 식민지 제임스타운이 초강대국 미국으로 발전한 원동력으로 자유주의와 개척자 정신을 꼽았다. 그는 “변경의 미개척지에서 땅을 일구

    2019.10.21 09:00
  • [김수언의 이슈프리즘] 무너진 신뢰 기반이 문제다

    어제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결국 사퇴했다. 그 개인적으로도 타격을 입었고, 사회적으로도 숱한 생채기를 남겼다. 상식과 통념, 일반 사회규범에 대한 엄청난 인식 차이를 확인한 많은 국민은 그동안 절망했다. 동시대를 살고 있지만 진영 간 너무나 큰 간극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그 간극을 조금도 좁히기 어렵다는 사실에 좌절했다.정파적 견해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이런저런 갈등과 대립도 어느 때나 있었다. 하지만 지식인 사회에서조차 상식과 통념을 놓고 상대방과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을 두 달 넘게 맞닥뜨린 것은 초유의 일이었다.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되풀이된 극심한 대립은 공동체의 신뢰 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가뜩이나 부족했던 한국 사회의 신뢰자본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정치가 망가뜨린 공동체 신뢰신뢰 기반은 공동체 유지와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있으면 아무리 의견 차이가 크고 갈등이 심해도 꼬인 실타래를 풀어갈 여지가 생긴다. 그 전제는 공동체 전체의 발전이 최소한 정파적 이해보다는 우선시될 것이란 모두의 믿음이다.최근 한국 사회는 반대 방향으로 갔다. 공동체는 두 진영으로 쪼개졌고 심각한 신뢰 위기에 빠졌다. 상대를 향한 불신은 그 어느 때보다 깊어졌고 사생결단의 벼랑 끝 충돌만 계속했다. 대통령의 말처럼 ‘정치적 의견 차이를 넘어 깊은 대립의 골로 빠져드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완충지대는 없었다. 정치권이 분열과 대립을 부추겼다.프랜시스 후쿠야마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국가와 사회의 ‘신뢰자본’에 주목한 학자다. 그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가르는

    2019.10.14 17:31
  • [김수언의 이슈프리즘] '4류 정치'로는 국가 미래 없다

    나라가 둘로 갈라졌다. 오프라인, 온라인 모임 할 것 없이 여럿이 함께하는 자리가 불편하다는 이가 적지 않다. 이른바 ‘조국 정국’이 온 나라를 집어삼킨 뒤 나타난 현상이다. 예전에는 생각이 좀 달라도 별 탈 없이 어울렸는데 얼마 전부터는 돌이키기 힘든 감정싸움으로 모임이 끝나버리기 일쑤다. 아예 상종하기 싫다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친구관계를 끊었다는 사람도 꽤 있다.지금 한국 사회는 정면충돌하려고 마주 달리는 기관차 같다. 극한의 갈등과 분열을 막을 제동장치는 눈에 띄지 않는다. 당파 이익에 매몰된 여·야 정치권은 되레 진영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그 결과 좌·우와 보수·진보 대결을 넘어 세대 간 대립, 나아가 세대 내 대립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정치 리더십 실종된 나라정치의 본질은 사회적·경제적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는 것이다. 아무리 상대방의 생각과 주장이 나와 달라도 설득의 리더십으로 이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게 정치 활동의 요체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인 폴리스의 정치부터 현대의 대의제 민주주의 정치에 이르기까지 관통해온 원리다.역사적으로 이런 포용의 정치 리더십이 제대로 뿌리내린 국가들은 번영을 구가했다. 대런 애쓰모글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교수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여러 잘사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사례를 바탕으로 밝힌 그대로다. 제대로 된 정치 리더십이 없으면 국가경제 발전을 이끌 사회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해내기 어렵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한국 정치는 1990년대 중반에 당시 세계를 향해 뛰던 기업들로부터 ‘4류&rsquo

    2019.09.0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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