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의 이슈 프리즘] 문재인의 개혁, 마크롱의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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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언 편집국 부국장
문재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7년 5월 나란히 취임했다. 임기가 똑같이 5년인 두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반환점을 돌았다. 이제 남은 임기가 2년 정도다. 그나마 마크롱 대통령은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취임 때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적폐 청산과 함께 포용국가를 향한 개혁을, 마크롱 대통령은 이른바 ‘프랑스병(病)’ 치유와 국가 효율성 제고를 위한 개혁을 다짐했다. 모든 개혁에는 진통이 따르는 탓인지 두 나라에서는 지난 2년8개월 동안 정치·사회적 혼란이 계속됐다. 이제까지 힘들게 국정을 이끌어왔고 지금도 그렇다는 점에서 두 대통령은 동병상련의 처지다.
'더 일하자'는 마크롱의 개혁
한국 언론은 그런 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을 줄곧 비교해왔다. 개혁 방향과 내용, 국정운영 방식, 중간 성적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비교 대상이었다. 청와대 인사들이 내켜 하지 않더라도 이 같은 비교는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더 일하는 프랑스’에 초점을 맞춘 마크롱 대통령의 손끝과 ‘더 보장하는 한국’에 초점을 맞춘 문 대통령의 손끝은 거의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세계 언론은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뚝심’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2018년 유류세 인상에 반발한 ‘노란 조끼’ 시위에 밀려 벼랑 끝에 섰던 마크롱 정부는 이번엔 어느 정부도 성공하지 못한 연금 개혁을 밀어붙이는 중이다.
‘더 일하고 덜 받는 구조’로 연금 체계를 바꾸려는 게 핵심이다. 계속되는 노동계 파업으로 전국 철도와 지하철, 학교 운영까지 차질을 빚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전반기 임기는 ‘깜짝 개혁’의 연속이었다. 근로자 해고 요건을 완화한 노동 개혁과 ‘철밥통’ 비판을 받아온 공기업 개혁을 관철시켰다. 기업 유치를 위해 부유세 폐지와 법인세율 인하도 진척시켜왔다.
그 덕에 지난해 프랑스의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1.2% 수준으로 유럽연합(EU)의 만년 우등생 독일(0.5%)을 앞지르고 있다. 외국인 투자 역시 EU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강성 노조 등의 반발에도 ‘일하는 프랑스로의 개혁’을 가속화한 결과다. 프랑스를 ‘유럽의 병자’로 부르는 이는 사라졌다.
한국판 복지병 막는 게 급선무
문재인 정부의 개혁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마크롱 정부의 그것과는 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크게 다르다.
반대파의 비판에도 ‘검찰 개혁’을 지금 숨가쁘게 진행하고 있다. 갈라진 민심을 언제, 어떻게 수습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포용국가로 가기 위한 ‘퍼주기식 복지 개혁’도 광범위하게 추진되고 있다. 나라 곳간이 곧 고갈될 것이라는 경보는 사회안전망 수준이 유럽의 복지 선진국에 못 미친다는 당위론 앞에서 고장난 스피커일 뿐이다.
고용 유연화를 위한 노동 개혁과 혁신성장 경제로의 진입은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다. 기업들은 ‘혁신성장’보다 ‘노동존중’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안다.
물론 한국과 프랑스가 처한 상황이 똑같을 수는 없다. 지금보다 복지를 더 늘려야 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프랑스가 잘못 걸었던 길을 답습하고 있다면 이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프랑스병이 왜 생겼으며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지를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에게는 없는, 조상이 남긴 역사·문화유산 덕에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는 거저먹는다는 프랑스의 대통령은 ‘더 일하는 프랑스’를 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sookim@hankyung.com
두 사람은 취임 때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적폐 청산과 함께 포용국가를 향한 개혁을, 마크롱 대통령은 이른바 ‘프랑스병(病)’ 치유와 국가 효율성 제고를 위한 개혁을 다짐했다. 모든 개혁에는 진통이 따르는 탓인지 두 나라에서는 지난 2년8개월 동안 정치·사회적 혼란이 계속됐다. 이제까지 힘들게 국정을 이끌어왔고 지금도 그렇다는 점에서 두 대통령은 동병상련의 처지다.
'더 일하자'는 마크롱의 개혁
한국 언론은 그런 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을 줄곧 비교해왔다. 개혁 방향과 내용, 국정운영 방식, 중간 성적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비교 대상이었다. 청와대 인사들이 내켜 하지 않더라도 이 같은 비교는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더 일하는 프랑스’에 초점을 맞춘 마크롱 대통령의 손끝과 ‘더 보장하는 한국’에 초점을 맞춘 문 대통령의 손끝은 거의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세계 언론은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뚝심’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2018년 유류세 인상에 반발한 ‘노란 조끼’ 시위에 밀려 벼랑 끝에 섰던 마크롱 정부는 이번엔 어느 정부도 성공하지 못한 연금 개혁을 밀어붙이는 중이다.
‘더 일하고 덜 받는 구조’로 연금 체계를 바꾸려는 게 핵심이다. 계속되는 노동계 파업으로 전국 철도와 지하철, 학교 운영까지 차질을 빚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전반기 임기는 ‘깜짝 개혁’의 연속이었다. 근로자 해고 요건을 완화한 노동 개혁과 ‘철밥통’ 비판을 받아온 공기업 개혁을 관철시켰다. 기업 유치를 위해 부유세 폐지와 법인세율 인하도 진척시켜왔다.
그 덕에 지난해 프랑스의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1.2% 수준으로 유럽연합(EU)의 만년 우등생 독일(0.5%)을 앞지르고 있다. 외국인 투자 역시 EU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강성 노조 등의 반발에도 ‘일하는 프랑스로의 개혁’을 가속화한 결과다. 프랑스를 ‘유럽의 병자’로 부르는 이는 사라졌다.
한국판 복지병 막는 게 급선무
문재인 정부의 개혁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마크롱 정부의 그것과는 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크게 다르다.
반대파의 비판에도 ‘검찰 개혁’을 지금 숨가쁘게 진행하고 있다. 갈라진 민심을 언제, 어떻게 수습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포용국가로 가기 위한 ‘퍼주기식 복지 개혁’도 광범위하게 추진되고 있다. 나라 곳간이 곧 고갈될 것이라는 경보는 사회안전망 수준이 유럽의 복지 선진국에 못 미친다는 당위론 앞에서 고장난 스피커일 뿐이다.
고용 유연화를 위한 노동 개혁과 혁신성장 경제로의 진입은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다. 기업들은 ‘혁신성장’보다 ‘노동존중’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안다.
물론 한국과 프랑스가 처한 상황이 똑같을 수는 없다. 지금보다 복지를 더 늘려야 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프랑스가 잘못 걸었던 길을 답습하고 있다면 이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프랑스병이 왜 생겼으며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지를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에게는 없는, 조상이 남긴 역사·문화유산 덕에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는 거저먹는다는 프랑스의 대통령은 ‘더 일하는 프랑스’를 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