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 겹쳐 인기지역 매수 확대…서울 강세·지방 약보합세 예상
전세시장 안정속 국지적 상승…상가 등은 대출 규제 영향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어떻게 될까.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은 오르고 지방은 하락하는 등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된 가운데 추석 이후 주택시장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추석은 민족 최대 명절이면서 가을 이사철과 맞물리는 시기여서 긴 연휴가 부동산 시장의 향배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추석 이후에도 서울의 재건축과 수도권의 집값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발표한 가계부채대책의 영향과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추석 이후 재건축 인기 지속, 지방은 약보합 '양극화' 심화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추석 이후에도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서울 주택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여름 휴가철이 마무리되고 이달 들어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르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12일 "최근 부동산 시장의 쏠림현상은 근본적으로 저금리에 기인한 것이어서 금리를 올리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금리 인상이 변수지만 현재 국내 금리가 워낙 낮아 소폭의 인상으론 큰 악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도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장세와 집값 상승은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추석 이후에도 서울을 비롯한 매매시장은 당분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수도권 아파트값은 0.83% 오른 반면 지방은 0.47% 하락했다.

주택 전체로도 서울이 0.99%, 부산이 1.22% 상승했지만 대구는 1.53%, 경북은 1.21% 각각 하락하는 등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진행중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추석 이후에도 서울은 계속해서 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고, 입주물량이 많은 일부 지방은 가격이 하락하는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며 "지방 내에서도 부산·강원 등 호재가 있는 곳은 강세를 보이겠지만 입주가 많고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대구·울산·경남·경북 지역 등은 약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김규정 연구위원도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강남 재건축이나 도심의 소형 주택 등 환금성·유동성 좋은 상품은 거래가 계속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세를 주도할 가능성 있다"며 "반면 지방 일부 공급과잉 지역의 기존 재고주택 가격 하락 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계부채대책에 대한 '이상 반응'에 대해선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 안명숙 고객자문센터장은 "공급축소를 앞세운 가계부채대책은 그만큼 장래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시그널인데 악재가 호재로 둔갑해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정상적인 경우로 보기 어렵다"라며 "추석 이후 이사철이 본격화되면서 당분간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 강세는 이어지겠지만 한계도 임박한 만큼 잘못된 해석으로 무리한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이 계속 과열되면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함영진 센터장은 "정부가 그동안 부양이라고 할 만큼 규제 완화에 집중했지만 지난 중도금 대출 규제부터 시작해 이제는 '규제와 관리'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봐야 한다"며 "과열이 지속되면 언제든지 정부 대책이 나올 수 있어서 시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또 "내년에 주택 입주물량이 10년 만에 최대치이고 2018년까지 합하면 2년간 70만 가구 이상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등 공급과잉 리스크가 여전해 추석 이후의 상승세가 내년까지 지속할지는 미지수"라며 "투자자들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전세 시장은 안정…상업용 부동산은 대출 규제 타격
추석 이후 전세 시장은 이사철에도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국지적 상승세는 나타날 전망이다.

이남수 팀장은 "입주물량, 특히 수도권 신도시의 입주물량 늘어나면서 당분간 전세 시장은 큰 틀의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서울 일부 재건축 이주 단지 인근이나 신혼부부 등에 인기가 있는 단지는 국지적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전세 시장이 안정돼 있어도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전셋값은 떨어지지 않고 있어서 세입자들의 전세 부담은 여전할 것"이라며 "반면 입주가 늘어난 지역에선 일시적으로 역전세난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집값도 동반 하락하는 지역에선 '깡통 전세'에 대한 대비도 세워둬야 한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은 저금리 영향으로 수요가 꾸준하겠지만 가계부채대책에서 상가 등의 담보대출인정비율(LTV) 한도는 축소하기로 함에 따라 투자수요가 다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안명숙 고객자문센터장은 "돈 많은 부자는 대출을 줄여도 별 영향이 없지만 직장 은퇴자들이 선호해온 아파트 등 분양상가는 대출 축소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대출을 많이 받아 레버리지 효과를 일으켜온 소액 투자자들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저금리가 지속하는 한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을 것"이라며 "다만 최근 상가 등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률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박인영 기자 sms@yna.co.kr,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