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도 전세 가격은 고공 행진이다. 지난해에 비해 상승폭은 줄었지만 가격 상승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의 잇단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일부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고 있는데도 전세 강세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

[9·1 대책 한 달] '半전세' 증가로 물량 줄어 전셋값은 아직 '고공행진'
부동산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게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집주인들이 전셋집을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고 있다. 학군 수요가 두터운 지역이 특히 그렇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태양파크공인 관계자는 “파크리오 아파트 임대 물량의 80%가량이 월세”라며 “집주인들이 전세를 재계약할 때 전세 가격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보증부 월세)’나 순수 월세로 앞다퉈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치동 신대치공인의 김정원 대표는 “전세 물량이 귀하다보니 올 들어서는 월세 물량도 잘 소화된다”며 “세입자들이 월세 시대에 적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주물량이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규 분양이 위축된 탓에 최근 들어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었지만 지역적으로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곳이 존재한다”며 “금융위기 이후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형태의 주택이 공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직 매매 전환을 주저하고 있는 세입자도 있다. 세입자를 중심으로 정부가 일관되게 부동산시장 살리기에 나서면서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도호가를 높이는 바람에 세입자들이 매수를 주저하고 있다.

다만 전세 가격 상승폭은 앞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전세가율이 70%에 육박한 데다 최근 급등에 따른 피로가 누적되고 있어서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