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장관 3인ㆍ경제수석 극비회동 대책논의

국내 부동산시장이 참 애매한 상황이다.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세가 만만치 않아 뭔가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다가도 지금 섣부른 대책을 내놓으면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전반적인 시장에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 당분간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지만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시장은 계속 불안한 양상이고 예상되는 정부의 대책도 그리 미덥지는 못한 상황이어서 국민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융규제가 더 나오는 것 아니냐는 예측을 하기도 하지만 정부는 안정적인 공급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놔두기도, 건드리기도 어려운 시장

2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권(강남ㆍ서초ㆍ송파구)의 주요 재건축 아파트값은 3개월째 큰 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나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은 평형에 따라 한달전에 비해 5천만원~1억원 올랐고 호가는 1억원 넘게 오른 곳도 많다.

재건축 아파트에서 비롯된 급등세는 강남권 일반아파트, 판교, 분당, 일산 아파트 등으로도 번져 지난해 말 금융위기가 심할 때에 비해 단지별로 10~20%가량 상승했다.

이런 분위기는 서울 강북과 경기도 여타 신도시 등으로도 차츰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전셋값 상승세가 더 심하다.

지난해 하반기 잠실 지역에 신축아파트 입주가 2만 가구 가까이 몰리면서 거의 반값 수준으로 하락했던 강남권의 전셋값은 올해 상반기 입주가 완료되고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면서 반등하기 시작해 109㎡ 기준으로 1억5천만원 이상 오른 곳이 많다.

기간으로도 27주 연속 상승세다.

특히 이런 분위기는 비수기인 여름 휴가철에도 이어져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 집값이나 전셋값 불안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에 지방은 여전히 부동산 불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수도권 외곽지역의 부동산 시장도 별다른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사정이 심각한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이런 사정을 감안, 지난 20일 부동산시장 점검회의후 "주택 매매시장은 전국적으로 볼 때 버블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현 시점에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대한 기준을 강화할 필요성이 없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예의주시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24일 밤 서울 시내 모 호텔에 모여 부동산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국토부에서 보금자리 주택 확대방안을 27일 발표했을 뿐 집값을 잡기 위한 강력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요새 부동산 현안이 시끄러워 관련 부처 장관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이후 별도 지시가 내려온 것은 없다.

실무자로서 장관들이 회동했다는 말만 전해들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말 밖에 못하겠다.

현 시점에서는 LTV, DTI 기준 강화 등 추가조치를 할 필요성이 없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투기지역 지정을 관장하는 재정부 세제실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세제실 관계자는 "장관들이 회동한 사실도 모른다.

투기지역을 추가로 지정한다거나 관련한 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지난번 수도권 LTV 하향 조정 조치가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급증하던 주택대출 증가가 8월 들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거래량도 일부 줄어드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부도 이사철이 다가오면 시장이 또 불안해질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3일 전세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해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 기준 완화, 전세대출금 한도 학대, 주택대출 한도 확대 등을 내놓았고 27일에도 국토부에서 보금자리 주택 조기 공급 방안 등을 내놓았다.

금융위 등의 권고에 따라 주택 대출도 자율적으로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급 확대로 불안심리 잠재울 것"

정부는 최근의 부동산 시장이 일부 국지적인 불안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안정된 공급을 통해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한다.

유동성이 풀리고 경기회복세를 맞아 집값과 전셋값이 오르고 있지만 위험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불안의 진원지인 강남권 불안을 덜기 위해 판교입주과 분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위례신도시 공급일정도 밝혔다.

또 강남의 부동산값 상승이 강북이나 경기도 등 주변으로 확산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고 오히려 바람직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도 "아랫목의 온기가 윗목으로도 번져야 집이 전반적으로 훈훈해 지는 것이며 경기회복 과정에서 이는 당연한 현상이며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금융당국도 당분간은 추가규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

문제가 심화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LTV를 현행 50%에서 추가로 5~10%로 낮추거나 강남 3구에만 적용되는 DTI 규제를 다른 수도권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시장 양극화를 부추길 수도 있어 적극 시행할 것 같지는 않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시장이 불안하다고 무조건 규제로 때려잡는 방법은 맞지 않다.

꾸준히 주택을 공급해주고 이를 통해 불안심리를 다독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