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기대감을 타고 수도권에 위치한 공장용지의 매매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안산,시화공단 등 일부 지역은 지난해 9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기업들이 경기 상승기에 대비해 공장용지를 미리 사두려고 하기 때문이다.

11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3월만 해도 3.3㎡당 400만원 이하로 떨어졌던 인천 남동공단의 공장용지 매매가는 최근 500만~550만원으로 올랐다. 금융위기 이전 3.3㎡당 6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던 점을 감안하면 90% 이상 회복한 셈이다. 경기도 시화공단과 반월공단도 1650㎡(500평) 공장을 기준으로 급매의 경우 3.3㎡당 250만원까지 떨어졌던 시세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400만원까지 반등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경기도 파주,화성 등 수도권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파주 크로바공인의 박종영 대표는 "아직 시세에 큰 변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9월 이후 완전히 사라졌던 공장용지 거래가 5월부터 간간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 인근 신규 산업단지 분양시장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충청남도와 함께 서산 테크노밸리의 용지를 분양하고 있는 한화그룹의 김현진 팀장은 "올 3월까지만 해도 관심을 보이는 업체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거래가 크게 늘었다"면서 "올해 분양한 공장용지 2만9040㎡(8800평)가 모두 팔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향후 경기 회복을 예상한 기업들이 공장용지 값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남동공단과 안산공단의 경우 가동률이 올 1월 바닥을 쳤지만 회복세가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당장 설비를 늘리기보다는 장기적인 포석에서 공장용지를 미리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산 · 시화공단의 공장용지를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맥스공인의 박동규 부장도 "매매건수는 늘었지만 새로 매입한 땅에 설비를 갖추는 경우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시세가 더 올라가기 전에 싸게 용지를 잡아두려는 기업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