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재개발 · 재건축 지역에서 사업 주체인 추진위원회(조합의 전 단계)가 스스로 해산하는 첫 사례가 나왔다.

대전이나 광주 등 지방에서는 이 같은 일이 종종 발생했지만 서울에서 주민 반대로 추진위원회가 자진 해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해산이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성 악화가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잇따를 전망이다.

23일 서울시와 마포구에 따르면 마포구 상수동 93의 104 일대 '상수8 단독주택재건축 예정구역(노후 단독주택 재개발)'에서 사업을 추진해 오던 조합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현인섭)가 구청의 허가를 받아 지난 1월20일 공식 해산했다. 2007년 6월 구청으로부터 추진위 승인을 받은 지 1년 7개월 만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이와 관련,"재건축 추진 당시부터 주민들이 찬성과 반대로 갈려 갈등을 빚었다"면서 "결국 양측 대표자가 조합원 총회를 열어 최종 방향을 결정하는 것으로 합의해 결국 51.6%의 동의율로 해산 결의안이 통과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성 악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현인섭 전 위원장은 "추진위가 활동할 무렵 여러 건설사들이 제시한 건축 계획에 따르면 이곳은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210%의 용적률을 적용받아 약 450가구(현재 186가구) 정도를 지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하지만 임대주택 의무건설,도로 공원부지 기부채납 등을 고려할 때 가구당 건축분담금이 2억~3억원 정도 나올 것이란 소문이 나돌면서 재건축 반대 세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하반기 갑자기 불어닥친 경기 침체로 인해 일반분양에 대한 성공여부도 불투명해지면서 결국 재건축사업이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전국의 재개발,재건축 조합 및 추진위들의 모임인 바른재건축재개발전국연합의 이영환 사무처장은 "최근 경기 침체로 미분양을 걱정하는 조합원들의 불안심리가 가중되면서 부산 대전 광주 대구 등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 같은 조합이나 추진위 해산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며 "서울에서 나온 첫 추진위 해산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현행법상 주민 총회를 거치지 않고도 50% 이상 주민 동의서만 구청에 낼 경우 자동적으로 해산 인가를 내주게 돼 있다"며 "이로 인해 법적 소송이 남발되는 등 문제가 많아 추진위 해산을 위해 주민 총회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단독주택 재건축은 노후된 주택,근린상가 등을 헐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상 주택 재개발과 유사하지만 상대적으로 도로 등 기반시설이 양호하고 구획 정리가 잘 돼 있는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