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이후 수도권 분양시장에 대거 쏟아질 '후분양 재건축 아파트'들이 완공 뒤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악성 미분양'으로 남을 것이란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12일 건설 ·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외곽과 경기 의왕 광명 등 수도권에 몰린 '후분양 재건축 단지'들이 지난해 말 강남구 반포에서 공급됐던 '반포자이'와 '반포래미안'처럼 일반분양 물량의 계약률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파악한 올해 수도권 재건축 후분양 공급물량은 모두 12개 단지,1만9700여가구에 이른다. 이 중 일반분양분은 2600여가구에 달한다.

대개 1000~2000가구의 대단지에서 일반분양분은 100여가구에 불과하지만 자금압박이 심한 건설사 경영환경을 감안하면 만만하게 볼 물량이 아니다.

이 같은 분양률 저조는 각종 재건축 규제를 피하기 위해 2006년 9월 이전에 서둘러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정점을 향해 치닫던 집값에 맞춰 일반분양 물량의 분양가를 책정했던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왕 광명 안양 인천 등 수도권 외곽의 일부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2006년 관리처분을 받을 당시 조합원 분양가는 3.3㎡당 1200만~1300만원,일반분양가는 1400만~1500만원으로 잠정 책정했었다.

경기 군포시 산본동 산본구주공을 재건축 중인 S사는 조합원 분양가를 3.3㎡당 평균 1210만원,일반분양가는 1460만원으로 잡아 사업계획을 짰다.

작년 광교신도시에서 첫 분양한 '참누리 울트라' 분양가가 3.3㎡당 1200만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분양가가 너무 비싸게 책정됐다는 게 현지 수요자들의 평가다.

의왕시 포일주공을 재건축하는 GS건설의 경우 82㎡형 일반분양가를 1300만원대로 잡았다. 함종영 스피드뱅크 시황분석팀장은 "인근 평촌동 인덕원대우 아파트는 입주 8년이 지나긴 했지만,79㎡형이 2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안양시 석수주공2단지 재건축(현대산업개발 시공)도 조합원 분양가 3.3㎡당 평균 1059만원인 반면,인근 박달동 한라비발디(2000년 입주) 109㎡형 시세는 850만원 선에 그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준공 후 미분양 사태를 막으려면 일반분양가를 당초 수준보다 낮춰야 하지만,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조합으로부터 추가분담금을 걷지 않는 '지분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일반분양가를 낮추는 데 따른 손실을 전적으로 건설사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분양을 자꾸 미루다 보니 극심한 분양시장 침체까지 겹쳐 '준공 후 미분양'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의왕시 내손동의 라이프 · 효성 · 한신 등 아파트를 재건축 중인 삼성물산은 작년 11월 일반분양(총 696가구 중 154가구)을 계획했다가 집값 급락이 지속되자 분양을 올해로 연기했다.

오는 4월이면 입주하게 되는데 분양일자를 같은 달로 잡았다. 청약과 계약에서 일반분양분이 다 소화되지 않으면 바로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