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공기 논란'에…與 민생특위, 출범 사흘만에 무용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이후 조직한 첫 특별위원회인 ‘민생119’가 출범 사흘 만에 여러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당면한 민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놓은 해법들이 현실과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민생119특위 위원장을 맡은 조수진 최고위원은 5일 라디오에서 쌀값 하락과 관련한 대책을 묻는 말에 “여성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잘 먹지 않는 분이 많다”며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답했다. 이에 당내에서 각종 비판이 이어졌다. 이준석 전 대표는 “양곡관리법을 반대하면서 그 대안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하자’라면 대안 경쟁을 할 수 있겠는가. 갈수록 태산”이라고 꼬집었다.

전날 호남지역 가뭄과 관련해 민생119가 내놓은 ‘물 보내기 대국민 캠페인’도 현실성 논란에 휩싸였다. 다른 지역에서 보내주는 물로 해결될 가뭄이 아닌 데다 국민의 참여도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조 최고위원도 할 말은 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저에게 쌀가루로 위스키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주신 분도 계셨다. 오죽 상황이 심각하면 그렇겠느냐”며 “민생119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소개한 것뿐이지 이게 당장 정책이 되는 것도 아닌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진의를 왜곡한 선전 선동을 하고 있다”며 언론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민생119의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가운데 지나치게 욕심을 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현 체제 출범 이후 하락하는 당 지지율을 반전시키기 위해 잇따른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물 보내기 운동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고, 밥 한 공기 운동도 위원장 차원에서 걸러졌어야 할 아이디어”라며 “민생특위 활동이 오히려 대안이 부재한 여당의 모습을 부각시키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애초에 역할이 모호한 민생특위를 무리하게 출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민생특위 한 위원은 “민생특위는 당 정책위원회와 다르게 예산이나 법제화 없이, 소프트하지만 빨리 추진할 수 있는 것을 고안하자는 게 기본 방향이었다”며 “사소한 아이디어까지 모두 취합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책이 나올 때마다 이준석계를 비롯한 비윤 성향 정치인들이 야당 이상의 비판을 쏟아내며 문제를 확대하는 것도 문제다. 잇따른 민생119 희화화를 극복하기 위해 당 지도부는 새로운 정책 개발 이전에 당권 경쟁 과정에서 갈라진 당 내부 수습에 신경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