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수사 등 공정성·중립성 공세 예상…'김건희 의혹' 수사지휘 복원 가능성
'검수완박' 부작용 최소화·헌법재판도 숙제…국회 사개특위로 혼란 재연될 수도

윤석열 정부 첫 검찰 수장으로 이원석(53·사법연수원 27기) 신임 검찰총장이 17일 임명되면서 133일간 이어진 총장 공석 상태가 종결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 총장은 이날 임명장을 받은 뒤 서울 동작구 현충원 참배로 2년 동안의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오후 대검에서 열릴 취임식에서 윤석열 정부 1기 검찰의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새 수장을 맞은 검찰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여러 갈래로 진행 중인 야권 수사의 속도·향배와 정식 시행에 들어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체제' 대응에 관심이 모인다.

닻 올린 이원석號…야권 수사·검수완박 대응 등 과제
◇ 이재명 의혹·강제 북송 등 '야권 수사' 진행형
검찰은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성남시장으로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었던 이 대표가 사건 관계자를 모른다는 등 허위 발언을 한 혐의다.

인사청문회 전날 검찰의 이 대표 소환 통보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문회에서는 민주당의 공세가 집중됐지만 이 총장은 "충분하게 진술하실 기회를 드린 것이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판단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 검찰 간부는 "청문회를 앞두고 있었지만 이 총장이 '할 것은 한다'는 태도로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어서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사의 '본류'인 대장동 의혹을 사실상 재수사에 가까울 정도로 들여다보고 있는 수사팀은 위례 신도시 개발 등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추진한 주요 사업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경찰이 수사해온 성남FC·백현동 의혹이나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도 하나둘씩 검찰로 넘어오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 수사도 한창이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 정부 대북·안보 인사들이 대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을 탈 없이 마무리 지을 수 있느냐가 신임 검찰총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이 연일 "야당 탄압" 구호를 외치는 데다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 검찰 수사를 "정적 제거"로 규정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윤석열 라인' 아니냐는 질의가 나오자 "25년간 검사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라인이나 측근 같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며 "검찰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어떠한 의심도 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반박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이 총장의 스타일이나 커리어를 보면 자기 실력으로 요직을 거친 것이라는 게 검찰 내부의 평가"라며 "특정한 '라인'이라거나 누군가에게 빚을 졌을 것이라는 지적은 기우일 것"이라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총장이 청문회 당시 김건희 여사 등 윤 대통령 가족 관련 수사에서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복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향후 검찰의 '여권 수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닻 올린 이원석號…야권 수사·검수완박 대응 등 과제
◇ '검수완박' 체제서 활로 모색도 과제
이달 10일 정식 시행에 들어간 '검수완박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 역시 이 총장 앞에 놓인 숙제다.

국회가 지난 4월 말∼5월 초 입법을 완료한 검수완박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현행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범죄 등 2대 범죄로 줄여놨다.

법무부가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등 시행령을 개정해 검찰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 되돌려놓기는 했지만, 민주당은 개정법의 취지에 역행하는 시행령이라며 맞서고 있다.

시행령 개정으로 막지 못한 변화도 있다.

'검수완박법'의 독소조항으로 지적돼온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등은 그대로 시행에 들어갔다.

환경 범죄처럼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거나 피해자가 아동·장애인이어서 직접 고소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경우 경찰이 시민단체 등의 고발 사건을 자체 종결해버리면 이의를 신청할 길이 막힌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여기에 '검수완박' 후속 입법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앞으로 '2대 범죄' 수사권마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 조직 전체를 혼란에 빠트린 '검수완박' 2라운드의 뇌관이 살아있는 셈이다.

일단 이 총장으로서는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달 말로 다가온 공개변론에서 헌재 재판관들을 어떤 논리로 설득해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 총장의 취임으로 공석이 된 대검 차장과 고위 간부들의 잇단 사퇴로 비어 있는 고검장급 인사가 어떻게 이뤄질지도 관심을 모은다.

검찰 내부에선 일선에 혼란을 주지 않으려는 이 총장의 의지에 따라 서울고검장 등 일부 직위를 대상으로 최소한의 인사만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