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지역 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정부과천청사 4000가구 공급안을 철회한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36만 가구 공급이 예정된 서울 내 공공택지 후보지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 6월 1일 치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의 주택 공급책이 서울에서 ‘태풍의 핵’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천 계획 왜 철회했나

서울 '공공택지 후보지' 반발…지방선거 뒤흔드나
정부·여당이 지난 4일 과천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급대책을 백지화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임박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 주민 간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됐다. 과천 주민들은 해당 부지에 공원 조성 등을 요구하면서 임대주택 공급 등으로 인한 집값 하락 우려에 반발했다.

경기 의왕과 복합선거구인 과천은 의왕에 비해 보수 성향이 강하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신계용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이 더 높았을 정도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의왕시의 득표 결과에 영향을 받아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당선됐다. 초선인 이 의원은 공급 확대라는 정부·여당 기조에 대해 “사전에 지자체나 지역 국회의원과 협의가 없었던 부분에 큰 아쉬움을 느낀다”며 각을 세워왔다. 과천은 2002년 이후 내리 보수정당 소속 시장을 뽑다가 2018년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 시장을 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16년 만에 처음으로 진보정당이 차지한 과천시장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구민 반발도 예상

이번 ‘과천 사태’의 불씨는 36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서울로 옮겨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서울 시내 전역에 공급 물량 확대가 예정돼 있다.

정부는 서울지방조달청(서초)·서울의료원(강남)·옛 성동구치소(송파) 등 동남권과 서남물재생센터(강서)·대방동 군부지(영등포)·서부트럭터미널(양천) 등 서남권, 캠프킴(용산)·서부면허시험장(마포) 등 서북권, 태릉골프장(노원)·성대야구장(도봉) 등 사실상 서울 전역 자치구에 공공택지 후보지를 지정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의 주택 공급책이 해당 자치구에서 주요 선거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기초단체장은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제외하고 전부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차지하고 있다. 조 구청장은 앞서 정부 발표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조 구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지자체나 지역 주민과 일절 사전협의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군사작전하듯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서초구의 조달청, 외교원 부지 두 곳 모두 주택을 짓기에 부적절한 곳으로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소속 구청장도 잇따라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소속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지난해 정부 발표 직후 8일간 단식에 들어간 것도 지방선거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서울시의회는 110명 의원 가운데 101명(91.8%)이 민주당 소속이다. 국민의힘 소속은 7명에 그친다. 구별 의회 구성을 봐도 여당이 과반을 차지한 자치구가 많다. 예컨대 1만 가구 공급이 예정된 태릉골프장이 있는 노원구는 구의원 21명 가운데 13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국민의힘 소속은 7명에 그친다. 나머지 한 명은 정의당 소속이다.

지방정치 구도까지 흔들까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현 지방정치 구도에 정부·여당의 주택 공급책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미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정부·여당의 주택 공급책에 반대하는 민심을 겨냥한 움직임이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시 선거운동 기간에 ‘태릉골프장 개발계획 전면 중지 및 재검토’를 내세웠다. 심지어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노원구 6대 공약을 통해 “태릉골프장에 아파트를 짓는 것을 반대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자체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주민 반발을 이유로 정부·여당의 주택 공급책 뒤집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