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기능 미흡 근무 집중도 유지 곤란…현재 기술력과 격차"
'헤엄귀순' 여파로 동해안 경계감시체계·부대구조 등 대수술
22사단 감시장비 문제 없다던 軍, 뒤늦게 "과도한 오경보" 실토

국방부가 15일 동해안 경계감시체계와 부대구조 등에 대수술하기로 한 것은 북한 남성의 '헤엄귀순' 사건 이후 부대 정밀진단에서 총체적인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북한 남성이 헤엄을 쳐 해안으로 상륙한 사건이 발생하자 국방부는 3월 2∼5일 합참과 육군본부, 지상작전사령부 등 16명으로 국방통합점검담을 편성해 강원 고성의 22사단과 8군단에 대한 고강도 정밀진단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진단에서는 현 과학화경계감시장비 성능에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됐고, 국방개혁2.0에 따른 8군단 및 23사단의 해체가 22사단 등 인접부대의 작전 임무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합참은 헤엄 귀순 발생 직후인 지난 2월 23일 22사단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과학화 경계시스템 상에 문제가 확인된 것은 없었다"고 밝혔으나, 이후 두 달 만에 현 장비의 허점을 실토해 빈축을 샀다.

◇ 새 날고 강풍에 경보음 뜨는 장비→내년까지 AI체계로 교체
현재 CC(폐쇄회로)TV와 광망체계로 구성된 과학화 경계감시장비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장비로 교체된다.

헤엄 귀순이 발생한 22사단에 대해 올해부터 AI 기반 장비를 시범적으로 설치하고, 시범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까지 22사단 전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I 기반의 감시체계는 해안의 사각·취약지역을 골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카메라가 포착하는 움직이는 물체가 사람인지를 골라 알람(경보음)을 제대로 울리는 기능 등이 포함되어 개발된다.

병력이 순찰할 수 없는 미확인 지뢰지대와 과거 경계 허점이 식별됐던 지역 등을 AI 기반 체계에 입력하면 장비가 알아서 해당 지역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원리다.

육군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2023년까지 해안 경계 AI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2021년까지 주둔지 AI 감시장비를 보강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AI 기반체계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2사단 감시장비 문제 없다던 軍, 뒤늦게 "과도한 오경보" 실토

현재 22사단 등 해안 부대에 설치된 과학화 경계감시장비는 사람은 물론이고 새를 포착했을 때나 바람이 세게 부는 날씨에도 수시로 경보음이 울린다.

감시카메라에 사람 등 움직이는 물체가 포착되면 상황실 모니터에 팝업창으로 작은 화면이 뜨고 경보음이 울리면서 경고등이 켜지는 방식이다.

북한 남성이 해안으로 상륙할 때 감시카메라 4대에서 5회 포착됐고, 상황실 모니터에 2회 경보음이 떴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합참은 영상감시병은 2회 경보음이 자연현상에 따른 오·경보로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국방부는 "이번 정밀진단에서 현지 과학화경계시스템의 노후화 및 기능 미흡으로 과도한 오·경보가 발생하여 근무 집중도 유지가 곤란한 상황 등 개선 소요가 식별됐다"면서 "현 시스템은 2010년 이전에 소요가 결정되어 2015∼2016년에 전력화되어 현재 기술과 격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지난 2월, 22사단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과학화 경계시스템 상에 문제가 확인된 것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국방통합점검단의 현장 부대 정밀 진단에서 당시 합참의 발표가 허위였음이 드러났다.

당시 합참 발표가 나오자 일선 부대 관계자들은 "바람이 세게 부는 날 감시카메라가 흔들려도 경보음이 울린다"며 "현재의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일선 부대의 공통적인 의견"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 8군단 해체 시기 연기하고 해안경비부대 확충
헤엄 귀순 여파로 8군단 해체 시기를 올해 12월에서 2023년 중반으로 연기했다.

2022년까지 22사단 전 지역에 AI 감시체계를 설치할 계획인데, 이를 반영한 조치다.

강원 양양에 주둔한 8군단은 강원도 동해안 전역을 관할한다.

애초 국방개혁2.0 일환으로 올해 연말 8군단과 예하 삼척지역의 23사단은 3군단으로 흡수·통합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8군단 예하 22사단에서 '헤엄 귀순', '철책 귀순', '노크 귀순' 등 경계 실패가 연이어 발생하자 8군단의 해체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았다.

국방부는 올해 장군 15개 직위를 감축하는데 8군단의 군단장과 참모장 직위도 포함했었다.

그러나 해체 시기가 늦춰지면서 다른 직위에서 2개를 빼 오기로 했다.

22사단 감시장비 문제 없다던 軍, 뒤늦게 "과도한 오경보" 실토

그러나 인접 23사단은 올해 해체하기로 했다.

23사단은 22사단의 관할 지역 이남인 강원 양양과 동해, 강릉, 삼척의 해안 경계를 담당한다.

군 안팎에서는 동해안 경계 및 방어를 전담하다시피 한 23사단을 해체하면 22사단의 책임구역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22사단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와 일반전초(GOP) 등 전방경계와 해안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다.

책임구역을 보면 전방 육상 30㎞, 해안 70㎞ 등 100㎞에 달한다.

다른 GOP 사단의 책임구역이 25∼4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너무 넓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이런 지적을 고려해 23경비여단을 창설하는 대신, 양양과 동해 등 일부 책임지역을 22사단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작전 책임지역이 조정되면서 22사단에 더욱 과중한 임무가 쏠릴 것에 대비해 22사단 예하에 해안경계담당 4개 대대를 편성하기로 했다.

1개 대대는 5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3경비여단 예하에도 해안경계담당 4개 대대를 보강하기로 했다.

22·23사단의 예비부대 중 규모가 작은 부대들이 일부 있는데, 이 부대들의 병력 수준을 현행작전부대와 동일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국방부는 오는 6월 군무회의를 열어 이런 부대 개편 계획을 심의 의결할 계획이다.

하지만, 출산율 급격한 저하에 따라 현역병 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런 병력 증강 계획은 한시적일 공산이 커졌다.

그럴 경우 해안 경계감시는 과학화 장비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지고 보면 23사단 해체도 현역병 가용 자원이 계속 줄어 종국에는 해안초소에 상주할 병력이 없어질 것에 대비한 측면이 강하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역병 자원은 오는 2023년까지 연평균 2만4천 명이 남는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현역병 자원은 2023년 이후 연평균 2만∼3만 명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2.0에 따라 임기 내에 육군 군단을 8개에서 6개, 사단을 39개에서 34개, 최종적으로 33개로 축소하는 등 부대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2·20·26·30사단을 해체했고, 올해는 신속대응사단과 산악여단을 각각 창설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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