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 받는 주호영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같은 당 동료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박수 받는 주호영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같은 당 동료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택배기사 등 플랫폼노동자와 농·어민에 대해선 “현실에 맞는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한 달여 전 4차 재난지원금을 놓고 “선거를 앞두고 표를 사려는 포퓰리즘”이라고 맹비난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권의 돈풀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재난지원금 여야정 협의체 제안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신속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야정 당사자 간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며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당의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 세 차례에 걸친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를 제대로 점검한 다음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처럼 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전날 같은 자리에서 “선별 지원과 보편 지원을 함께 하자”고 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제안에 대해 원론적인 찬성 입장을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또 재난지원금 관련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한 것도 가능한 한 소모적 논쟁을 피하고 신속한 지급에 나서자는 의미로 해석됐다.

소상공인 긴급생존자금 지원

주 원내대표가 이날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는 문 대통령 발언을 단서로 단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차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 대표가 제안한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선별 지원이 우선”이라며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보편 지원이니 특별 지원이니 하는데 자기네들(정부와 여당)끼리 방향을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꼬집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코로나19 집합금지 명령을 따른 소상공인의 영업손실을 법과 제도로 보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당내에서도 적지 않은 반대 의견이 나오는 사안이다. 주 원내대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분명하고 정확하게 보상해드릴 수 있도록 정교한 법제화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들 소상공인에겐 대출 등을 통해 긴급생존자금을 추가로 지원하고 전기요금 등 각종 공과금을 3개월간 면제하는 조치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치현안은 뒤로 “북핵 공세 피로감?”

주 원내대표는 농·어민, 택배기사 등 플랫폼노동자,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를 위한 지원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과거 긴급재난지원금 실태를 분석해 코로나19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실제 긴급재난지원금 논의에 착수하면 4차 재난지원금 지원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코로나19 방역에 대해선 “미국 등 전 세계 100여 개국이 한국의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자가진단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값 급등 문제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고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와 실수요자의 보유세를 인하하자”는 해법을 제시했다.

정치 현안인 북한 원전 건설 지원 의혹과 검찰 개혁 등 이슈는 뒷전으로 밀렸다. “지나친 색깔논쟁으로 피로감이 쌓인다”, “설 연휴를 계기로 민생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등 당 안팎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