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탈원전' 흔든 죄?
우리 편에 칼 겨누면 '적폐'
진중권 "이 느낌, 5공 이후 처음"
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계획을 비판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계획을 비판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이 조만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 결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한다. 감사 결과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이 인정될 경우 문재인 정부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앞서 한수원은 7000억원이나 들여 개보수한 월성 원전 1호기가 경제성이 없다며 돌연 폐쇄했다. 야권에서는 당시 결정에 정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때마침 여권에서는 최재형 감사원장의 일부 발언 등을 집중 부각시키며 감사원 흔들기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전날 미래통합당 없이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을 거세게 압박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최재형 원장의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발언과 관련해 "이는 대통령 우롱을 넘어서 대선 불복이나 다름없는 반헌법적인 발상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최 원장 친척이 탈원전 비판 논조를 가지고 있는 언론사 간부라는 점을 지적하며 "친족과 관련 있는 사항을 감사할 수 없도록 하는 감사원법을 어긴 것이 아니냐"고 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회의 도중 최재형 원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윤호중 위원장이 "지금 팔짱을 끼고 답변하나"라고 지적하자 최 원장은 "죄송하다"며 자세를 고쳤다.

신동근 의원은 "그렇게 (문재인 정부와) 맞지 않으면 사퇴하세요. 나가서 정치를 하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2017년 최재형 감사원장 청문회 당시와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당시 민주당은 최재형 원장을 '미담 제조기'라며 극찬했다.

최재형 원장은 사법연수원 시절 다리를 쓰지 못하는 동료를 2년간 업어서 출퇴근시킨 일화로도 유명하다. 흠잡을 것 없는 도덕성을 바탕으로 인사청문회도 무난하게 통과했다.
윤석열 후보자 청문회. 연합뉴스

윤석열 후보자 청문회. 연합뉴스

여권은 불과 1년 전엔 윤석열 검찰총장도 '우리 윤석열'이라고 부르며 적극 감쌌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윤 총장을 육탄 방어했다.

김종민 의원은 '윤석열 명언록'까지 화면에 띄우고 그를 극찬했다. 김 의원은 "'법에 어긋나는 지시를 어떻게 수용하느냐'는 윤 후보자의 말이 인상에 남는다"며 "사람이나 조직에 충성하는 게 아니고 법에 충성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적폐 청산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변창훈 검사,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을 언급하자 민주당은 "그게 윤석열이 죽인 거야?"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윤 총장 띄우기에 바빴다. 백혜련 의원은 "정권에 따라 유불리를 가리지 않고 검사의 소신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해왔던 것들이 가장 큰 동력"이라고 옹호했다. 이철희 당시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막바지에 "우리 윤석열 후보자가 된 건, 될만한 사람이 지명됐다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후보자의 얘기도 저는 상당히 공감됐다"고 거들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임명할 때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더니, 감사 제대로 하면 문제인사로 만들어 내친다"며 "감사원도 검찰처럼 감사원장 패싱하고 아예 청와대에서 직접 지휘하든지. 셀프 감사도 감사냐?"고 비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탈원전에 찬성한다"면서도 "아무리 옳은 정책이라도 수행되는 방식에 불법이나 탈법이나 편법이 있다면, 그것은 적발되어야 한다. 그 일을 하는 것이 감사원"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저 사람들, 이런 식으로 국가의 시스템을 하나씩하나씩 무너뜨리고 있다"며 "정치적 고려 없이 묵묵히 제 일만 하는 사람들은 다 쫓아내고, 그 자리를 권력에 아부하는 이들로 채우고 있다. 이 느낌. 5공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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