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평양 전화선으로 '연락업무' 유지…현안 논의 당분간 어려울 듯
주요 대북협력사업 계획 발표도 잇따라 연기
남북연락사무소 가동중단 한 달…코로나19 확산에 '정상화' 요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취해진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잠정폐쇄 조치가 어느덧 한 달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조기 재개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정부는 당초 코로나19 사태가 주춤해지면 북측과 정상화 방안을 협의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남측 상황이 엄중해짐에 따라 이제는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7일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지난달 30일 개성 연락사무소에서 예정에 없던 연락대표 협의를 열고 코로나19 위험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연락사무소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개성에 상주하던 남측 인력 58명이 같은 날 모두 남쪽으로 복귀했다.

연락사무소 잠정폐쇄는 남한 내 확진자 증가 상황을 우려한 북측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남한 내 확진자는 모두 6명이었다.

여전히 '코로나19 청정국'을 자처하는 북한은 남한에서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주민들에게도 연일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남측의 '코로나19' 상황이 진정국면에 접어든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연락사무소 정상화를 포함해 남북 간 접촉에 적극적으로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연락사무소 가동중단에도 남북 간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남북 당국은 개성사무소 운영이 중단됨에 따라 서울-평양 간 별도 전화선과 팩스 선을 개설해 남북 연락사무소의 연락업무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 업무는 전화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매일 두차례 시험통화 하는 수준이다.

남북 간 현안 관련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남북 대화 단절은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기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만, 정부 안에서는 남북관계의 상징적 장소인 연락사무소의 폐쇄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남북 경색국면이 더욱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 당국자는 "전화선과 팩스 선을 통해서도 의사 전달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당국 간 협의의 효율성이나 긴밀성 등을 따져볼 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지난 12일 서울-평양 간 전화선을 통해 개성공단 재개 등을 희망하는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의 대북 서한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했으나 아직 북한으로부터 뚜렷한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락사무소 가동중단 상황이 해를 넘기게 될 경우에는 시설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무소 내 주요시설은 현재 북측 인력이 상주하며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남북경색 국면에 돌파구를 만들겠다며 연초부터 드라이브를 걸었던 각종 남북 협력사업들이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도 전에 대형 악재를 만났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고민거리다.

정부가 지난달 20일 구체적인 관광 유형까지 공개했던 대북 개별관광을 비롯해 '비무장지대(DMZ) 남북공동실태조사',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의 주요 대북협력사업들에 대한 세부 추진계획 발표는 이미 3∼4월 이후로 순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당국자는 "(남북협력사업들에 대한) 논의는 4월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