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총선 출마를 선언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총선 출마를 선언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11일 “정부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자유한국당 후보로 지역구 총선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가 아니라 한국당의 지역구 후보로 도전하겠다”며 “‘통일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신명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대한민국의 그 어느 누구보다 북한 체제와 정권에 대해 깊이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서 내려온 청년 선원들이 범죄자냐 아니냐를 따지기 앞서 북한으로 돌려보낸 사실을 보며 큰 좌절감을 느꼈다”면서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의정활동을 해야겠다는 뜻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무조건적인 퍼주기 방식이나 대립 구도로 가는 게 아니라 평화통일을 위한 현실적인 통일정책이 입안되고 실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 북한 내의 엘리트들, 세계 각국에서 근무하는 저의 옛 동료인 북한의 외교관들, 특히 자유를 갈망하는 북한 주민 모두가 희망을 넘어 확신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 출마 지역으로는 한국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서울 강남갑 또는 탈북민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양천·노원·강서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태 전 공사의 출마 지역에 대해 “수도권 쪽에서 공천이 될 것 같다”며 “저하고 함께 서울에서 협력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출마 지역과 관련해 태 전 공사는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북한 외무성 부국장을 지낸 태 전 공사는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일하던 2016년 가족과 함께 망명했다. 태 전 공사가 당선되면 탈북자 출신 첫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다. 비례대표로는 1994년 탈북한 조명철 전 통일교육원장이 18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사례가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