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청문회 전 파국 피해…한국당, 전략적 퇴로 찾아
9일까지 물밑협상…뇌관 여전해 접점 못 찾으면 재충돌 불가피
여야, 정세균 청문회 앞두고 '필리버스터 대치' 일단 피했다
여야가 6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대치'를 일단 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애초 이날 오후 7시 본회의를 열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개혁법안의 마지막 퍼즐인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할 계획이었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이 형소법 개정안을 상정하면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 때와 마찬가지로 필리버스터로 대응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 내내 벌어진 '난장판 국회'가 재연될 위기를 앞두고 민주당과 한국당은 본회의를 9일로 미루기로 했다.

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을 모두 철회하고 다음 본회의에서는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민생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도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때문에 검경수사권 조정안 우선 처리를 주장해 온 민주당 역시 이런 결정을 받아들여 이날 본회의 개의 요청을 거둬들였다.

여야 모두 연초부터 법안 강행 상정과 필리버스터가 맞부딪히는 '난장판 국회', 지루한 대치가 이어지는 '꼴불견 국회'를 벌인다는 비난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으로서는 7일과 8일 진행되는 정 후보자 청문회와 이후 이어질 인준 표결을 앞두고 제1야당과 각을 세워야 한다는 부담을 덜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가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상정을 지금 밀어붙이면 청문회가 엉망이 될 것 같다"며 "한국당도 설 전에 민생법안을 끝내고 싶어하고, 민주당도 그렇게 요구해와 9일 본회의 연기가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동력이 떨어진 필리버스터를 두고 고민이 깊었던 한국당도 '전략적 퇴로'를 찾은 모습이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이미 줄줄이 내준 마당에 민생법안 필리버스터를 고집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도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지난번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헌법에 어긋나는 위헌법안이라 사력을 다해 막았던 것"이라며 "그래서 민생이 밀릴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민생법안을 9일에 당장 올려 시급하게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거법, 공수처법에 비해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은 상대적으로 여야 간 견해차가 크지 않은 점도 이번 합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야, 정세균 청문회 앞두고 '필리버스터 대치' 일단 피했다
여야는 일단 9일 본회의에서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하되,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물밑협상을 계속하면서 접점 찾기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여야의 입장차가 여전히 첨예한 만큼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 이상 강도의 문제일 뿐 개혁입법 및 총리 인준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9일 민생법안을 처리한 뒤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예정대로 상정하고, 유치원 3법도 이어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민생법안 처리에 대한 계획만 내놓은 상태다.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과 유치원 3법에 건 필리버스터 신청은 철회하지 않아 언제든 다시 필리버스터에 돌입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당은 예산안과 선거법, 공수처법 처리 과정에 대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사과까지 요구 중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9일과 10일은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법안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고 한국당은 민생법안만 먼저 처리하겠다는 것이라 그 사이에서 어떻게 서로 접점을 찾을지 얘기를 좀 더 해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170여개 남아있는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자는 것이고, 예산안부터 지금까지 법안을 처리하며 강행·날치기 처리한 부분에 대해 의장의 사과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야 협상이 틀어질 경우, 민주당은 9일 결국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상정을 강행하고 한국당은 필리버스터에 들어가 결국 날짜만 조금 늦춰질 뿐 지루한 대치가 또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