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그린에너지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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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전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발표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의 계획에 국책연구원이 제동을 걸었다. 총선 공약 차원에서 무리하게 이전 발표를 하려다 관가의 반발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5일 국토교통부와 여당에 따르면 2차 공공기관 이전 연구용역을 하고 있는 국토연구원은 최근 “총선 전 최종 보고서 제출은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달 19일 관련 부처의 중간보고회에서도 “혁신도시별 이전 성과를 더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구 종료 시점을 총선 이후로 늦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애초 최대 351개 공공기관을 이전할 수 있다는 중간집계까지 마친 민주당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1차 공공기관 이전 성과 분석을 토대로 2차 이전 대상을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예기치 못한 반대로 총선 전 발표가 어렵게 됐다. 여당 핵심 의원은 “연구용역 기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강행 방침을 고수했다.
민주당 "공공기관 최대 351곳 이전 가능"
총선 지방 표심 노린 '사탕발림' 공약


국토연구원이 여당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에 제동을 걸자 국토교통부 등 관련 정부 부처 사이에서는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애초에 여당이 지방 표심을 노리고 무리하게 추진하다 빚어진 결과라는 지적이다. 여당은 오는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내려 하고 있어 최대 351개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날림’으로 진행될 여지는 여전히 있다.
[단독] 與 "총선 前 2차 공기업 이전 발표하자" 무리수
총선 1년 반 앞두고 발표된 2차 이전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맡아 1차 이전을 주도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작품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은 ‘혁신도시 시즌 2’로 불리는 이유다. 이 대표는 2018년 9월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균특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는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가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지방 이전론을 다시 꺼냈다. 이 대표 발언 후 민주당은 당정 협의 끝에 2차 이전을 21대 총선에 공약으로 내놓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3월 국토연구원에 관련 연구용역을 맡겼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작년 말 중간 집계 결과 최대 351개 공공기관이 이전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1차 이전은 노무현 정부가 2004년 균특법을 제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균특법은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을 단계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했다. 2017년까지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자회사 서울에 있는 코레일 등 ‘타깃’

여당은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지방 이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모기업은 지방에 있지만 자회사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경우다. 코레일은 대전에 본사가 있는데 자회사 다섯 곳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다. 코레일유통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로지스 코레일관광개발 SR 등이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자회사의 본사가 서울에 있어야 할 근거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손봐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설립된 자회사 열 곳도 수도권에 있는데, 이들도 지방으로 이전할 여지가 있다. 본지 집계 결과 관련 공공기관 자회사 40여 곳이 이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5년 1차 이전 대상 발표 후 신규 설립된 공공기관도 이전 대상이다. 2003년 기본구상이 발표됐고, 2005년 혁신도시와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선정됐다. 최근 설립된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 한국저작권보호원 서민금융진흥원 한국재정정보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 일각 “졸속 추진” 불만

관가에선 총선을 불과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연구용역을 시작해 총선 전 결과물을 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단 얘기가 진작부터 나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1차 이전은 지역 간 기관 유치 갈등과 공공기관 업무 효율성 저하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며 “1년 안에 이런 문제점을 모두 분석, 해소하고 추가 이전 계획까지 내놓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던 국토연구원이 여당에 연구 종료 시점을 총선 이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나온 국토연 중간 보고서는 총론에 치우쳐 있어 1차 혁신도시별 성과를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성과 분석이 완료된 뒤 추가 이전을 논의할 수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총선 전엔 반드시 결과물을 내야 한다’고 버티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연구 결과는 여당의 요청으로 조금 앞당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연구용역이 늦어지면서 ‘플랜 B’ 마련을 검토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구체적인 공공기관 이전 도시를 정하진 않더라도 이전이 가능한 기관의 목록을 만드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