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배경으로 일본 정부의 도를 넘는 외교적 결례를 직접 언급함에 따라 한·일 관계가 당분간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이날 청와대 춘추관을 찾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그간의 외교적 노력을 상세히 공개하면서 “일본과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대한 일본의 대응은 단순한 거부를 넘어 국가적 자존심까지 훼손할 정도의 무시로 일관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화적 내용을 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문을 일본 측에 미리 알려주고, 광복절 당일엔 정부 고위관계자를 일본 측에 파견했다는 사실까지 새롭게 공개한 것도 이 같은 일본의 결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차장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는 일본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일본 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와 국회의 다양한 대화 시도, 심지어 미국의 ‘현상동결 합의(standstill agreement)’ 제안마저 거부한 일본의 태도를 보고 지소미아를 유지할 명분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한·미 동맹 훼손 우려와 관련해서는 “한·미 동맹을 오히려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2016년 11월 체결된 지소미아 이전에 맺은 한·미·일 3국 정보공유약정(TISA)을 통해 미국을 매개로 한 3국 간 정보공유 채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지소미아 체결이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 안보체제 구상을 위한 미국의 요청을 적극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예상보다 크다.

김 차장은 전략자산 확충, 국방예산 증액 등 군의 안보역량 강화를 통한 한·미 동맹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일본은 정찰위성이 8개, 중국은 30개인데 우리는 하나도 없다”며 “이런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국방예산을 증액해 한·미 동맹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미국의 전략자산 구매 확대와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 등으로 이어지며 안보비용이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여당에서도 내년도 국방예산을 사상 처음으로 50조원대로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방예산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가 7.6%고, 박근혜 정부는 4.2%, 이명박 정부는 5.2%였다”며 “내년 국방예산도 많이 증액돼 처음으로 50조원이 넘지 않을까 한다”고 언급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