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라인 투톱 '엇박자' 지속 부담…조기 해결 결단했을 수도
경제수장 교체 외친 야당 요구 대승적 수용으로 예산 국회 대비
'김동연 조기교체' 결단, 인사혼란 정리·'예산협치' 카드 되나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르면 9일, 늦어도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로 출국하는 다음 주초 전까지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에서 예산 심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수장을 교체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 분명함에도 서둘러 후임을 정하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배경 중 하나로는 김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간 '엇박자'를 비롯한 인사 문제에서의 혼란을 들 수 있다.

청와대와 관가에서는 장 실장을 필두로 상당 부분 학자 출신들로 메워진 청와대 경제팀과 실물경제를 다뤄 온 김 부총리 간 정책적 불협화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문제를 놓고 '팀워크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 6개월여 전이다.

청와대는 이러한 '불협화음'을 진화하는 동시에 김 부총리와 장 실장도 정례적으로 모이는 자리를 만드는 등 '경제 투톱'의 정책적 동력을 살리는 데 부심했으나 상황이 호전되지는 않았다.

이에 더해 고용지표는 개선되지 않고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는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청와대로서는 '현 투톱으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과 함께 더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결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부총리 조기 교체' 카드의 또 다른 이유로는 야권과의 협치를 꼽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올해보다 9.7%가 늘어난 470조 5천억 원 규모의 정부 예산을 설명하면서 야권에 예산안의 원만한 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일자리, 남북협력 등 선심성·퍼주기 예산이 많다면서 초장부터 대폭적인 삭감을 예고한 상태다.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예산안 통과에 야권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야권은 경제 실정론을 들면서 오래전부터 장 실장과 함께 김 부총리의 교체를 요구해 왔다.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1차 회의에서도 야권은 두 사람에 대한 인사 조처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의 경우 '경제 투톱' 임명과 관련한 건의사항을 따로 적어와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야권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예산 심사를 앞두고 협치의 확률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야권과의 협치를 염두에 두고 경제부총리 조기 교체 카드를 검토했다면 장 실장의 교체 역시 이와 맞물릴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경제라인 투톱을 '김&장'으로 부르며 '패키지 교체'를 요구해 온 야권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려면 결국 김 부총리와 함께 장 실장도 경질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장 실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에 대한 '비토론'이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감지되는 만큼 '투톱'을 한꺼번에 조기에 교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