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여성 재판 내년초 속개…"4월까지 변론진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동남아 여성들의 재판이 내년 초 속개된다.

8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내년 1월 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6·여)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30·여)의 변론을 시작하기로 전날 결정했다.

변론은 같은 해 4월 9일까지 모두 24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시티와 흐엉은 작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변호인단은 두 사람이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을 뿐이라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실제 이들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리재남(58), 리지현(34), 홍송학(35), 오종길(56)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지만, 시티와 흐엉은 현지에 남았다가 잇따라 체포됐고 증거인멸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면서 지난 8월 피고인들이 직접 변론에 나설 것을 명령했다.

변론은 이달 초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시티의 변호인이 건강상 문제를 호소한 탓에 내년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시티의 변호인은 이와 함께 검찰 측 증인 8명의 경찰 진술 내용을 제공해 원활한 변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말레이 검찰은 변호인에게 이러한 자료를 제공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김정남을 살해할 당시 두 여성이 보인 모습은 '무고한 희생양'이란 본인들의 주장과 거리가 있다면서 이들이 "숙련된 암살자"라고 주장해 왔다.

말레이시아 형법은 고의적 살인의 경우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는 만큼 유죄가 인정되면 피고인들은 교수형에 처할 수 있다.

다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달 사형제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관련법이 정비될 때까지 사형집행을 전면 중단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리재남 등 4명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