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추적] 이재명 지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
이재명 경기지사는 친형 이재선씨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 입원 의혹에 대해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고 “형님의 강제입원은 형님의 부인과 딸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2014년 형수와 조카 서명이 적힌 국립부곡병원 입원 동의서 사진과 함께 “형님은 조울증 치료거부로 증상이 심해져 2013년 3월16일 자살하겠다며 대형교통사고, 기행, 폭력, 재산 탕진, 자살기도를 했다"며 "참다 못한 형수와 조카가 강제입원을 시켰다"는 글을 올렸다. 여기에 대한 근거로 이재선씨의 정신병원 입원확인서 등을 첨부했다. 이 지사의 이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④이 지사측, 교통사고로 물타기하나

이재선씨가 2014년 정신병원에 입원한 것은 맞는다. 하지만 2013년 교통사고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선 이재명 지사와 가족간의 주장이 엇갈린다. 이재선씨의 딸인 이모씨는 5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3년 교통사고는 자살 시도가 아니라 졸음운전 때문”이라며 “가족에 대한 기행과 폭력, 재산탕진 사실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재선씨의 부인인 박모씨도 “교통사고 이전까지 정신병과 관련된 진단과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최소 10년간 관련 내용이 없었음을 근거자료를 통해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병원 입원도 교통사고에 따른 ‘외상후 스트레스’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또 이재선씨에 대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 시도는 교통사고가 일어나기 1년 전인 2012년 4월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가족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2013년 교통사고에 따른 2014년 정신병원 입원이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이뤄진 이 지사 측의 강제 입원 시도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또 강제 정신병원 입원 시도에 위협을 느끼던 2012년12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이재선씨에 대한 심리 평가자료를 법원제출용으로 받아놓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도 이재선씨는 심리학적으로 정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를 담당한 임상심리사는 “유의미한 정신과적 장애 및 정서적 어려움을 나타내지 않은 상태”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선씨 가족은 또 “이번에 이재명 지사는 본인과 가족이 아니면 입수할 수 없는 이재선씨의 2014년 정신병원 입원기록을 구해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며 “입수 경위를 밝히고 개인 정보 무단 공개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개인 정보 무단 공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이재명 지사의 해명은 교통사고에 따른 이재선 씨의 정신병원 입원 사실을 알리는데 치우쳤을 뿐, 자신이 형을 강제입원 시키려했다는 의혹을 해명하는 것과는 핀트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⑤이재선의 민원 59건은 누가 삭제했나

이번 회에서는 또 지난회에 이어 성남시의 추가 개입 정황을 알아봤다. 분당보건소 등 성남시 산하 의료기관들이 이재선씨의 정신병원 입원을 위해 움직인 내용도 추적했다. 성남시의 조직적인 개입이 의심되는 배경에는 지난 회에 살펴본 공무원들의 진술서 외에 다른 것도 있었다. 성남정신건강센터가 이재선씨의 정신병원 입원을 성남시에 공식 요청한 ‘진단 및 보호 신청서’에 첨부된 이재선씨의 민원 목록이다. 2012년 7월4일부터 7월14일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현 성남시장은 성남시장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재명 시장은 친형인 나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려고 하는 이유를 답해 달라”는 등 대부분 이재명 지사를 공격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목할 점은 제출된 64건의 민원 목록 중 5건을 제외한 59건이 삭제된 항목이라는 점이다. 2012년 당시 성남시는 민원인의 이름으로 어떤 민원을 신청했는지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었지만 삭제된 항목은 검색되지 않았다. 따라서 59건의 목록은 성남시 내부인이 아니면 취합할 수 없는 자료였다. 이에 대해 성남시의 한 관계자는 “워낙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어서 자신할 수는 없지만, 정보공개신청 등의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관련 내용이 어떻게 바깥으로 나갔는지는 나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선씨의 정신병원 입원을 성사시키기 위해 성남시 내부 자료가 정당한 절차 없이 외부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⑥환자를 보지도 않은 의사들은 왜 진단서 끊어줬나

본인의 의사에 반한 정신병원 입원은 크게 세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정신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람을 발견한 경찰이나 직계가족이 정신병원 입원을 의뢰하는 것이다. 이 경우 2명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가 진단하고 이를 근거로 지역 보건소나 병원이 지자체장에 입원을 요청한다. 지자체장이 이를 승인하면 정신병원 입원이 이뤄진다.

소장을 성남시장이 임명하는 분당보건소 산하 성남정신건강센터는 2012년 8월2일 이재선씨에 대해 정신병원 입원을 요청하는 진단 및 보호 신청서를 성남시에 발송했다. 분당서울대병원과 분당차병원의 진단을 근거로 첨부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대한 절차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당시 제출된 서류를 검토한 뒤 기자에게 “성남정신건강센터장을 맡고 있던 장모씨가 임의로 작성한 문서”라며 “병원 직인이 찍혀 있지 않은 등 제대로 된 진단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분당차병원 측도 자신들이 분당보건소에 회신한 내용이 정신병원 입원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 본인을 진찰하지 못한 가운데 진찰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지, 정신병원 입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은 절대 아니다”는 것이다. 더욱이 양 병원은 당사자인 이재선 씨를 직접 진료하거나 대면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정신과 의사들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정신과 의사는 “몇년 전에 한 정신과 의사가 모 연예인에 대한 인터넷 글을 보고 ‘조증이 있는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며 “하물며 당사자를 직접 만나보지도 않고 정신병 여부에 대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위야 어찌됐든, 성남정신건강센터는 사실상 진단경로와 내용이 의심스러운 서류를 토대로 이재선씨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을 요청하는 진단 및 보호신청서를 발급한 셈이 됐다.

⑧분당서울대병원 의사는 어디로 사라졌나

이상한 점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임의로 분당서울대병원 명의의 소견서를 작성해 진단 및 보호신청서를 발급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장모씨는 분당서울대병원 의사 신분으로 당시 성남정신건강센터에 파견 근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2014년 분당서울대병원과 촉탁직 계약이 해제된 이후 주위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그와 친분이 있던 의사들 가운데 현재 행방을 아는 사람는 거의 없다. 성남정신건강센터는 그의 거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진단서로 볼 수 없는 분당서울대병원과 분당차병원의 의견서마저 발급 시점이 이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당서울대 병원의 의견서가 이재선씨에 대한 정신치료를 요구하는 모친의 의뢰서보다 앞서 작성됐기 때문이다. 모친 구씨의 의뢰서는 2012년 4월10일 성남정신건강센터에 제출됐다. 하지만 이재선씨의 정신병원 입원이 필요하다는 근거가 되는 분당서울대 병원의 의견서는 4월 5일 접수됐다. 성남정신건강센터장을 맡고 있던 장모씨는 분당서울대병원 명의의 의견서를 임의로 작성한 뒤 2012년 4월5일 오후 1시42분 팩스로 분당보건소장에게 보냈다.

분당차병원의 회신서 접수 시점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분당차병원이 회신서를 발송한 시점은 8월 7일로 성남정신건강센터가 이재선씨에 대한 진단 및 보호 신청서를 낸 8월 2일로부터 5일 지난 때다. 현행 법은 진단 및 보호 신청서 발급을 위해 전문의 두 명 이상의 진단서를 요구하고 있다. 두 병원 모두 진단서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서류조차 진단 및 보호 신청서 발급 시점에는 다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을 종합할 때 분당보건소는 모친 등 이재선씨 가족들이 이재선씨의 정신건강 문제를 제기하기 최소 5일 전부터 이재선씨의 정신병원 입원을 위한 근거 서류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단 및 보호 신청서 발급 시점에는 신청서부터 먼저 발급하고 필요한 서류를 나중에 보완했다. 이재선씨를 정신병원에 보내야 한다는 목표에 맞춰 관련 자료를 준비했다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의학계에서는 아내와 딸 등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던 이재선씨에 대한 강제 정신병원 입원 추진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신보건법을 이용한 강제 정신병원 입원은 대부분 가족이나 보호자가 주변에 없는 무연고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방치했을 때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경우에 한해서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을 본인은 물론 함께 거주하고 있는 가족의 동의 없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데 적용한 사례는 내가 아는 한 없다.”

⑨분당보건소장은 왜 도중에 교체됐나

이재선씨의 정신과 치료를 요구하는 의뢰서가 접수된 직후인 2012년 5월 1일 분당보건소장은 구모씨에서 이모씨로 교체됐다. 이 배경에도 이재선씨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시도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초기 이재선씨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시도를 몰랐던 이재선씨 가족은 당시 성남 지역매체 기자로 활동하던 김모씨로부터 관련 사실을 전해 들었다. 김씨는 이재선씨 가족에게 “구모씨가 분당보건소장에서 수정보건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직후 보건소장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며 “여기서 구씨는 ‘이재선씨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라는 이재명 시장의 지시를 실행하지 않았더니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냈다’는 얘기를 했다고 당시 자리를 함께 했던 보건소장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씨를 대신해 분당보건소장이 된 이씨는 성남시장 선거에서 이재명 지사를 도왔던 인물이다. 이씨는 분당보건소장이 된 이후 이재선씨에게 “만나자”고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이재선씨는 “어떤 빌미로 나를 정신병원에 보내려 하느냐”며 자리를 피했다. 구씨는 이같은 내용과 관련해 “지금은 밝히기 곤란하다”며 “경찰 등의 조사가 정식으로 진행된다면 모두 털어놓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를 운영하던 지난해 성남산업진흥재단 감사관에 임명됐다.

바른미래당이 해당 내용을 이재명 지사의 권력남용 혐의로 고소하면서 분당경찰서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강제 입원 조치와 관련된 정신보건법 위헌소송을 대리했던 권오용 변호사는 “(이재명 지사가) 정신건강보건법 위반 뿐 아니라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직권을 남용했던 혐의까지 받을 수 있다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의혹 제기에 대해 이재명 지사측은 “지사 개인에 대한 인신 공격성 내용으로 답변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밝혔다. “더 이야기할 것은 없느냐”는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성남시와 관련된 일은 성남시에 물어보는 것이 맞다”며 “도정과 관련되지 않은 문제에 답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