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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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9일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오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북미 정상회담 직전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양자, 또는 북중러 삼자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홍콩 동방일보가 지난달 30일 현지 인권단체 중국인권민운정보센터를 인용해 전한 이 관측은 북미 회담을 앞두고 북중, 북러 관계의 조율을 탐색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김 위원장이 SCO 회의장에 나타난다면 시 주석과는 2개월 사이에 세 번째 회동이 되고, 푸틴 대통령과는 첫 번째 만남이 된다.

이를 통해 김 위원장으로선 중국과 러시아를 우군으로 확보해 북미 회담의 협상력을 키우고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과 존재감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왕성(王生) 지린(吉林)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북미 사이에 부족한 정치적 신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 보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관련 국가를 끌어들여 담보 역할을 맡겨야 하는데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참여시키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종합해보면 김 위원장의 칭다오 방문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미 회담을 앞두고 급변했던 정세 논리상 김 위원장이 또다시 북중 회동을 추진할 필요성이 줄어들었고 북러 정상회담 또한 그렇게 급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중 밀월을 과시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으로 곤욕을 치른 상황에서 북중 정상의 3차 회동 추진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SCO 정상회의 기간 북러 정상 회동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기간에 김 위원장의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도 김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조러(북러) 최고 영도자들 사이의 상봉을 실현시킬 데 대하여 합의를 보았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베이징 외교가에서도 칭다오에서 북중러 회동 여부는 주목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회의 기간 국빈방문만 4개국이어서 의전 일정이 여의치 않고 굳이 김 위원장이 온다면 회의가 끝난 10일 저녁 정도가 가능한데 이 또한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칭다오 현지 소식통 역시 "SCO 회원국 정상들의 방문에 따른 삼엄한 통제와 경비 외에는 김 위원장의 방문에 대비한 별다른 사전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역내 경제·안보 협의체인 SCO를 어떤 식으로든 활용할 가능성을 주목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하지 않더라도 측근을 파견해 북미 회담 이후 체제보장 방편으로 SCO 가입을 타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오퉁(趙通) 카네기·칭화대 세계정책센터 연구원은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중국과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경쟁이 갈수록 격화하면서 중국은 북미 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돼 북한이 미국에 빨려 들어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의 SCO 가입이 그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자오 연구원은 "SCO 회원국 대부분이 미국에 맞선 특수한 이념적 배경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북한의 참여를 용이하게 만들 것"이라며 "SCO가 차후 개방에 나설 북한과 세계를 잇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SCO 회원국은 주도국인 중국과 러시아 뿐만 아니라 일부 구소련 공화국들과 지난해 가입한 인도, 파키스탄으로 구성돼 있다.

느슨한 형태의 안보 연맹으로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항하는 색채를 띠고 있다.

중국으로서도 한반도 비핵화 정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다자간 협의체인 SCO에 북한을 끌어들이려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자오 연구원은 북중러 정상의 회동 의사는 있을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롄(大連) 회동에 불만을 토로하며 중국의 배후 영향력 행사를 의심하는 점 때문에 북중러 회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측근에게 자신의 친서를 지니고 SCO 회의에 참석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