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D-체제보장+경제번영' 빅딜 밑그림 성사 주목…'디테일 협상' 길어질수도
폼페이오 "역사의 물줄기 바꿀 기회…북미, 우정과 협력의 새로운 미래 창조"
'9부 능선'까지 다다른 북미… '김정은 친서' 전달이 화룡점정
'세기의 담판'으로 기록될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31일(현지시간) 북미 고위급 '뉴욕회담'을 거치며 거의 '9부 능선'에 다다른 느낌이다.

"지난 72시간 실질적 진전이 이뤄졌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표현처럼 이번 고위급 회담은 판문점·싱가포르 실무협상까지 아울러 정상회담 준비에 필요한 핵심적 조건들을 놓고 큰 틀의 '조율'을 끝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따라서 김 부위원장이 1일 백악관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親書)를 전달하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정상 차원의 결단'이 이뤄진다면 북미정상회담 준비의 '화룡점정'을 장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주목해볼 대목은 이번 뉴욕회담에서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북한이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완전하고 검증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 사이에 빅딜의 밑그림이 완성됐느냐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부위원장과의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3일간 정상회담의 조건을 설정하기 위한 북미간 논의가 "실질적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볼 때 핵무기 반출과 미사일 폐기, 사찰 및 검증, 이행 등 북한 측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따라 미국 측에 제공할 보상과 반대급부에 대한 협상이 상당부분 진척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핵 반출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 조치를 북한이 초장에 이행하고, 이에 대한 담보가 확보될 경우 제재완화 등 일부 반대급부가 진행되는 쪽으로 타협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 측이 핵 뿐 아니라 ICBM 폐기에 최대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미 간 사전담판에서 ICBM 문제에 대한 상당한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핵화의 대상에는 미사일도 포함된다"고 확인, ICBM 문제의 조기 해결 의지를 밝혔다.

북한에 제공될 반대급부는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적 번영이 양대 핵심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도 "미국과 북한 사람들이 함께 일해 가며 우정과 협력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 "문화적 유산은 살리면서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되는, 더 강하고 (고립되지 않고 외부와) 연결되고 안전한, 번영한 북한을 그려본다"고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아직 북미 간에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이다.

부분적인 단계적 방식을 가미하더라도 최단시기에 비핵화 절차를 마무리하려는 미국과 단계별 보상을 원하는 북한이 비핵화 로드맵의 일부 핵심대목을 놓고 아직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과감한 리더십을 강조한 것도 비핵화 로드맵의 큰 방향을 놓고 실무협상 레벨에서 결정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가 합의에 이르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과감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김 위원장이 그러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며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CVID와 그 구체적인 이행방안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은 김 위원장만이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체제보장의 안전판으로 여겨온 핵무기가 그들의 안전을 "진정으로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은근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은 앞으로 비핵화 여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현실인식을 보여준다.

북미가 첫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의 기본원칙과 방향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더라도 앞으로의 이행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한 번의 회담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을 수 있다.

두 번, 세 번 만나야 할 수도 있다"며 추가 정상회담 가능성을 지사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이 행정부도 이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안다"고 말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1일 백악관 회동을 통해 베일을 벗게 될 김 위원장의 '메시지'다.

김 부위원장이 전달할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공개서한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하며 "마음이 바뀌면 주저 말고 전화나 편지하라"고 한 데 대한 공식적인 답장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형태의 메신저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전달했던 김 위원장이 친서라는 '직접화법'을 통해 비핵화 의지에 대해 어느정도 진정성과 성의를 갖춘 답변을 내놓느냐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의 풍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친서를 통해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전달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의미있게 받아들인다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북미 사전담판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회동을 통해 김 위원장의 진의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6·12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백악관 회동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얻게 될 '더 밝은 미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청사진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백악관 회동이라는 최종 관문까지 무사히 통과한다면 북미정상회담은 최종 성사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실무·고위급 회담의 '예열과정'을 거쳐 마련된 합의내용을 토대로 역사적 성과물을 도출해내느냐는 결국 세기의 담판에서 마주할 북미 두 정상의 몫으로 남게 된다.
'9부 능선'까지 다다른 북미… '김정은 친서' 전달이 화룡점정
'9부 능선'까지 다다른 북미… '김정은 친서' 전달이 화룡점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