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협력 틀 전면 업그레이드
외교·국방까지 대화채널 구축…비밀 군사MOU 수정·보완 중점 논의
중동진출 '안정적 교두보' 확보…'미래지향적 실질협력'으로 심화
원전 넘어 신산업분야로 협력 외연 확대…과학기술 등 5건 MOU 체결


25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의 정상회담은 '특수관계'로 발전한 한·UAE관계의 밀도를 확인한 자리였다.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주를 계기로 맺어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면서 양국 협력의 폭과 깊이가 크게 확대됐다.

특히 그간 에너지와 인프라에 집중됐던 협력의 틀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신산업 분야로까지 확장되면서 '미래지향형 실질협력'으로 협력의 틀이 전환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로서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중동시장을 개척하는 데 있어 가장 안정적인 '교두보'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24일 국영통신사인 WAM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새로운 100년의 여정을 함께 할 동반자(라피크)에서 형제(아크)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양국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9년만에 협력관계 전면 업그레이드
문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가 합의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외교적 수사 차원을 넘어서는 양국 협력관계의 심화를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국가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에 불과하다.

공통의 비전과 상호이익 공유의 기조 위에서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특수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정상끼리의 '의기투합'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1980년 '중동 붐'을 타고 외교관계를 수립한 양국의 협력관계는 에너지·건설·플랜트 등 주로 전통적 협력분야에 초점이 맞춰졌다가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주를 계기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이후 국방·방산·보건의료 분야로 협력의 외연이 넓어졌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협력관계는 '미래'를 키워드로 9년 만에 전면 업그레이드됐다고 볼 수 있다.

◇ 외교·국방까지 대화 틀 구축…'비밀 군사MOU' 문제 중점논의
양국관계 격상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은 외교·국방(2+2) 차관급 협의체를 가동한다는 데 합의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2+2'의 대화 틀을 운영하며 외교·안보문제를 협의하는 나라는 미국·호주(장관급), 인도(차관급) 뿐이다.

이는 보다 큰 틀에서 외교안보 현안을 심층 논의하고 공동의 협력을 꾀하겠다는 의미로, 양국 관계의 달라진 '깊이'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명박 정부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비밀 군사 양해각서(MOU)를 수정·보완하는 문제도 이 협의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개되지 않은 협정이나 MOU(양해각서) 속에 흠결이 있다면 그런 부분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UAE와 수정·보완하는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정상의 최측근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정상회담에 배석한 것은 정상 차원에서 문제해결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격상된 양국관계의 틀을 가일층 '제도화'했다.

외교장관간 전략대화를 활성화하고 경제공동위원회도 연례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 중동 진출 '전진기지' 구축…원전 넘어 협력외연 전방위 확대
양국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미래지향적 실질협력' 관계를 구축하는데 합의했다.

기존 협력분야인 에너지·인프라와 국방·방산·보건의료를 넘어 과학기술과 우주, 특허, 중소기업, 농식품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의 외연을 크게 넓히기로 한 것이다.

양국 정상이 이날 ▲과학·ICT 협력 MOU ▲중소기업 및 혁신 MOU ▲재생에너지·에너지 신산업 협력 MOU ▲특허행정 업무 자립화 지원 MOU ▲2020 두바이 엑스포 참가 계약 MOU에 합의한 것은 이련 맥락에서 주목된다.

특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UAE 칼리파 과기대가 한·UAE 공동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한다는 협약을 체결한 것은 양국의 미래협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기존 에너지·인프라 건설 분야에서도 양국의 협력관계가 심화되는 계기가 됐다.

문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제에게 한국 기업들이 UAE 에너지·인프라 건설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