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2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 대해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조 장관은 “대화 상대로 김 위원장은 충분하다”고 봤고 김여정에 대해선 “도도하면서도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남북고위급 회담의 대표이자 남북정상회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대화 상대인 북한의 핵심 권력층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내려 눈길을 끌었다.

조 장관은 이날 기조강연을 통해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이번에 대북 특사단으로 가서 김 위원장과 만났던 이들과 김 위원장에 대해 확인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나이나 경력을 보고 많은 전문가가 여러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앞으로 비핵화 문제와 남북관계를 논의하는 데 대화 상대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대북 특사단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그는 “특사단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걸 설명하려고 했는데 김 위원장이 ‘이미 그런 내용을 보고받았고 충분히 검토했다’고 해서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할 필요 없이 남북 간에 합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앞으로 중대한 문제를 풀고 협상하는 입장에서 봐도 김 위원장의 기본적인 것들은 다행스럽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김 부부장에 대해서도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대남 특사로 온 김 부부장을 계속 안내하고 같이 다녔는데 김 부부장이 김 위원장을 도와 여러 일을 할 자질을 갖췄다고 느꼈다”고 했다. 조 장관은 “거만하다고 표현하긴 그렇고 약간 도도하다는 측면과 누구든 처음 봐도 편하게 해주는 측면 모두 가지고 있다”고 봤다. 이어 “이번에 김 부부장과 함께 내려온 북한 대표단이 김 부부장에게 거리감 없이 행동하고 편하게 대화하는 것을 보면서 좋은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이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라고 낙관했다.

조 장관은 평창동계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작년 7월3일 장관으로 취임할 때 통일부 직원들에게 ‘깜깜한 동굴 속에 있는 것 같다’고 했고 작년 말에도 ‘2018년엔 더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는데 평창올림픽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창에 평화기념비라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평창은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조 장관은 “평창올림픽 때 북한에서 500명이 왔고 패럴림픽 때 24명이 내려왔는데 그들의 체류 기간이 딱 50일이었다”며 “작은 사고나 불미스러운 일이 없을 정도로 북측의 태도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조 장관은 북한의 변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과거에 남북대화를 하다 보면 북한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거나 우리 얘기를 중간에 끊고 ‘남쪽은 끼어들 자격이 없다’며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며 “하지만 올 1월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내 얘기를 끝까지 듣고 왜 핵 개발을 했는지 소상히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