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장관들 질책하며 문 대통령이 언급한 '로제타 플랜' 실상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청년일자리점검회의를 소집해 주무 장관들 면전에서 “정부 각 부처가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매우 이례적인 질책이었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면서 최우선 국정과제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성과는커녕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9.9%)를 기록하자 문 대통령의 답답함이 커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는 민간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비판하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 등 해외 사례를 들었다. 이 같은 인식에 전문가들은 갸우뚱하고 있다.

벨기에는 2000년 50인 이상 사업장에 ‘고용 인원의 3%’를 청년으로 추가 고용하는 방안을 의무화하는 로제타 플랜을 실시했다. 당시 21.0%이던 청년실업률은 이듬해 17.4%까지 떨어졌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제도 시행 3년 만에 21.7%로 청년실업률이 치솟았고, 벨기에는 여전히 20% 내외의 청년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로제타 플랜을 본떠 2014~2016년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 시행됐다. 공공기관에서 정원의 3% 이상을 청년으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 기간 청년실업률은 9.0%에서 9.8%로 되레 올랐다. 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은 이처럼 효과가 미미할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청년일자리점검회의에는 장·차관 등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청년, 학계, 중소기업 대표 등 외부 인사들도 초대됐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작 청년들이 취직을 원하는 대기업 관계자는 초청받지 못했다. 회의에서는 “정부 정책은 빠르게 변화하는 민간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를 위한 기회를 늘려야 한다” 등의 제안과 지적이 나왔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오히려 공공형 일자리 창출, 청년고용서비스 점검과 같은 정부 주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민간과 시장이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하는 건 고정 관념”이라고 못을 박은 문 대통령 앞에서 “기업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는 용기 있는 발언이 나오긴 어려웠을 것이다.

조미현 정치부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