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분쟁 근본구조 그대로지만 외교부활·신뢰 쌓기 첫걸음 의미"
독일 전문가 "남북한이 한반도 문제 주도권 다시 잡은 것 중요"
남북한이 2년여 만에 다시 직접 대화를 시작한 것은 한반도 문제 논의의 주도권을 남북한이 다시 잡은 것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독일의 아시아 전문가가 밝혔다.

독일의 국제·지역연구소(GIGA) 부원장이자 GIGA 산하 아시아연구소장인 파트릭 쾰너 교수는 9일(현지시간) 공영 도이체벨레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북 판문점 회담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DW가 이번 회담 자체가 남북 관계의 성공적인 첫걸음을 뗀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담 성과를 묻자 쾰너 소장은 북한의 참여 결정으로 올림픽이 평화적으로 치러질 수 있게 된 것이 한국 정부에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 여러 해 동안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 재개 기대, 나아가 일련의 신뢰형성 조치가 남북한 군사회담의 형태로 진전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한반도 분쟁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남북한이 실제 대화 재개를 시작했고 주도권이 다시 양국에 돌아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분쟁이 북한의 핵무장과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으로 진행됐으나 분쟁이 주로 한국인에게 영향을 주므로 "남북한 정부의 소통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쾰너 소장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한미군사훈련 철회를 요구하지 않은 점이 긍정적이라면서 한미군사훈련은 올림픽 직후로 연기된 것이지 취소된 것이 아니며 북한이 취소를 요구했다면 회담이 결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북한이 한미동맹 균열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계속 추진할 것이지만 한국 정부도 이를 분명히 알고 있어 이런 점만으로는 남북한 경제협력 강화의 재가동과 줄어든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를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국은 한반도 발전 방안에 관한 중요 논의가 한국 정부를 우회하지 않도록 하는 데 관심을 쏟아왔다는 점을 덧붙였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 유지를, 남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각각 원하는 상황에서 남북 입장이 양립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쾰너 교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배후에 있는 미국의 이해관계 등으로 한국의 입지가 줄어들고 문제와 협상이 복잡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회담을 시작으로 군사부문을 포함해 남북한 간 여러 신뢰 구축 조치가 가능해질 수 있고, 한국의 인도적 지원이 늘어날 수 있으며 "이런 작은 발걸음들이 미국이나 한반도 핵무기 문제 등 더 큰 사안들에 관한 대화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 한반도 긴장완화를 기대하기는 너무 이르냐는 질문에 쾰너 교수는 이번 회담들이 한반도 관련 사안들의 근본 구도를 바꾸지는 않는다면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 계속과 무기 생산 박차를 다짐하는 등 "아직 커다란 도전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쾰너 교수는 그러나 외교가 다시 역할을 하기 시작하는 등 긍정적 장면들이 있다면서 지난해 내내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검토된 점에 비춰보면 외교적 협상들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긍정적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