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박근혜, 내가 정계 입문시킨 셈…대통령 될 줄 몰랐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2일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그를 정계에 입문시킨 것은 자신이라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출간한 자서전 《이회창 회고록》에서 "박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 전에 나에게 찾아와 한나라당에 입당해 정치를 하고 싶다고 했고, 나는 그를 받아들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박 전 대통령의 첫인상에 대해 매우 차분하고 침착했으며 어두운 이미지는 전혀 없었다고 회상했다. "한나라당의 외연을 넓히는 데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그의 입당을 흔쾌히 응낙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국가와 부모님에 대한 도리로 국가에 기여하고싶다며 정계 입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재는 "박 전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우리나라가 오늘날 경제난국에 처한 것을 보고 아버님 생각에 목멜 때가 있다면서 정치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그리고 이왕이면 깨끗한 정치를 내세우는 한나라당에 입당해 정치를 했으면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그의 과오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뒷날 그가 대통령까지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더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온 나라를 들끓게 하면서 탄핵당하고 구속까지 되리라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라며 "나는 그가 대통령이 된 후 국정운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곧 실망했고 기대도 접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서는 "탄핵 사태의 주된 책임자는 바로 탄핵당한 박 전 대통령"이라며 "그다음 책임자는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 전 대통령의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당 관리 체제에 유유낙낙 순응하면서 한 번도 제대로 직언하지 못하는 나약한 행태로 최순실 일당이 대통령을 에워싸고 국정을 농단하는 기막힌 일을 가능케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전 총재는 이날 출간한 회고록을 통해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시대 치열했던 정치공방을 회상하고 앞으로 보수가 나아가야할 길 등을 제시했다.

김소현 기자 k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