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3일 정부 세종청사 안에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삼성과 관련한 특혜 입법을 공정위가 지원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확인함과 동시에 청와대가 공정위를 통해 CJ그룹을 제재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근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가 CJ그룹을 제재한 것이 청와대의 압력 때문이라는 의혹의 시발점은 2014년 초로 거슬러올라간다. 2013년 12월 개봉한 영화 ‘변호인’은 1981년 9월 부산 지역에서 발생한 ‘부림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평가와 함께 개봉 3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CJ그룹의 계열사인 CJ창업투자(CJ창투)가 이 영화에 투자했다.

앞서 2005년 박정희 대통령의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다가 논란이 일자 철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인생을 떠올리게 한다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CJ엔터테인먼트 투자·배급), tvN이 방영한 정치풍자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CJ E&M 방송사업부) 등이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게 정설이다.

박 대통령의 동생 지만 씨는 당시 ‘그때 그 사람들’이 “아버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크게 반발했고, ‘여의도 텔레토비’는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던 박 대통령을 풍자한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연상시키는 ‘변호인’ 마저 대중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자 이들 영화·방송 제작에 참여한 CJ그룹이 미운털이 제대로 박혔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014년 하반기에 고 김영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공정위 고위 인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CJ E&M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를 해보라”고 지시를 했다는 내용이 작년 11월 일부 보도를 통해 흘러나왔다. 실제 2014년부터 작년 말까지 공정위의 CJ그룹 제재 사례를 보면 ▲CJ E&M 엠넷 시정명령(2014년 6월) ▲CJ CGV 과징금 32억원(2014년 12월) ▲CJ대한통운 시정명령(2015년 6월)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의 합병 불허(2016년 7월) ▲CJ E&M 오디션 프로그램 불공정약관 시정조치(2016년 7월) ▲CJ CGV 과징금 71억원(2016년 9월) ▲CJ제일제당 과징금 10억원(2016년 10월) 등이 있다.

이중 작년 9월 CJ CGV·롯데시네마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했던 건은 사실상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게 당시 CJ 내부 분위기였다. 공정위가 현장조사에 착수한 건 이 회장이 8·15 사면조치로 풀려나기 전이다. 공정위는 영화 상영 전 스크린에 나오는 광고와 관련해 CGV가 기존 거래처와 계약을 끊고 2005년부터 이 회장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광고 영업 대행 업무를 맡겼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런 식으로 CGV가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부당지원한 금액이 7년여간 102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같은 조치가 2013년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 따른 후속조치라고 강조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는 대기업의 영화산업 수직계열화로 인한 불공정행위를 예방해야 한다며 공정위에 개선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후 공정위는 2014년 12월 계열사 제작 영화에 특혜를 주고 독립중소영화업체를 차별했다며 CJ와 롯데에 과징금을 부가했다. 규제개혁장관회의 이후 나온 첫 조치였다. 영화 업계 관계자는 “작년 복합영화상영관과 관련한 공정위 조치에서 롯데는 사실상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라며 “2014년에 문제 삼지 않았던 것을 작년에 다시 또 들고나옴으로써 무언의 압박을 한 게 아니냐는 신호로 해석됐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CJ측은 “과거 공정위 조사는 CJ뿐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함께 조사한 것”이라며 “이번 특검의 공정위 압수수색은 CJ와 관련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