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채무자의 상환 능력 이상으로 대출해 주는 금융회사에 법적 책임을 묻는 ‘소비자 신용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악성 대출을 방지해 가계 대출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이지만 금융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정안은 금융회사가 채무자가 갚을 수 있는 금액 이상으로 대출할 경우 금융회사에 책임을 묻는 ‘책임대출 의무’ 규정을 뒀다. 금융회사는 ‘변제능력 평가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해 채무자가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해야 한다. 채무자가 갚을 수 있는 능력 이상의 돈을 빌려주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담았다.

“채무자가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초과해 돈을 빌려주고 추심하는 악성 대출에 금융회사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 제 의원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정확한 변제 능력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대출 기준이 높아지면 저신용자가 부실 대출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정안은 현행 대부업자에만 적용되는 ‘채무자 대리인제도’를 모든 금융회사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채무자 대리인제도는 채무자가 변호사, 법무법인 등 대리인을 선임하면 채권자는 그 대리인에게만 연락하고 채무자에게는 전화와 방문 등 일체의 접촉 행위를 금지하는 제도다.

연체 채무자가 원금부터 갚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제정안에 포함됐다. 현재는 수수료, 이자, 원금 순으로 갚게 돼 있어 채무자가 과도한 이자 부담을 지는 것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또 이자와 거래수수료 등 채무자가 부담하는 금융부담액 합계가 원금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돈을 빌린 사람이 실직 상태에 놓이거나 질병·사고 등으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경우 상환 기간을 연장하거나 이자율을 조정해 달라고 금융회사에 요청할 수 있는 채무조정 요청권도 법안에 포함됐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