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기업 현장 방문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10일 경기 화성의 반도체 기업 HPSP를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반도체 기업 현장 방문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10일 경기 화성의 반도체 기업 HPSP를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처분적 법률’ 등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다수인 걸로 알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찾은 경기 화성의 반도체 장비 업체 HPSP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상 예산편성권이 행정부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처분적 법률은 시행 시점과 대상, 내용까지 입법 내용에 규정해 국회의 법안 처리만으로 집행력을 가지는 형태의 법률이다. 재정집행에 처분적 법률이 적용된 적은 헌정 이후 한 번도 없다. 민주당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에 정부가 부정적 입장을 밝히자 처분적 법률을 들고나왔다. 지난달 1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회가 직접 할 수 있는 일들을 발굴하면 좋겠다”며 “처분적 법률을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다. 최근 민주당은 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하고 이를 연말까지 소비하도록 하는 특별법을 22대 국회 개원 뒤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법적으로 옳냐 그르냐를 따지기 전에 정부 입장에서는 무엇이 진정으로 우리 민생을 위하는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최근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하는 과정에서 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올해 예산을 집행하고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거나 세법 개정안을 내는 과정에 최대한 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윤희석 선임 대변인은 “헌법 66조 4항을 보면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분명히 규정돼 있다”며 “설령 민주당이 숫자의 힘으로 통과시킨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입법화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처분적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13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도록 해 예산편성권을 정부에 부여한 헌법 54조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여당은 헌법재판소 제소로 대응할 예정이다. 이에 한 법률가 출신 민주당 의원은 “당내에서도 처분적 법률이 갖는 한계는 알고 있다”며 “당정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광식/박주연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