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표결 거치며 불편한 동거 '종지부'…'포스트 탄핵' 격랑의 새누리
주류 당 장악 강화하고, 비주류는 탈당-리빌딩 고심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탄핵을 감내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격랑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마지막까지 '1호 당원'인 박 대통령의 탄핵만은 어떻게든 피하려 했던 친박(친박근혜)계 주류와 '탄핵 열차'에 동력을 제공한 비박계 비주류의 불편한 동거가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친박계는 비주류 설득을 위해 제안했던 지도부 사퇴카드를 철회하고, 비박계를 축출하는 쪽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때 김무성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앉히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제는 거꾸로 '표적'이 되고 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필요할 때는 대통령에게 굽신거리고, 상황이 바뀌자 물어뜯으려는 비박계의 행태를 참고 또 참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잡풀을 솎아내야 새순이 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비박계 역시 최악의 사태까지 몰린 배경으로 대통령 주변에서 호가호위한 핵심 인물들을 지목하고 인적 청산을 벼르고 있다.

비박계 중진 의원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사태를 이 지경까지 오게 한 데는 '진박' 놀음을 했던 친박계에 있다"면서 "박 대통령을 등에 업고 선출된 이정현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일차적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4·13 총선을 거치면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골이 깊어진 양측이 갈라선다면 대선정국에 여권발(發) 정계개편의 회오리를 일으킬 수 있다.

내년 1월 중순께 귀국할 예정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거취를 두고 관심이 증폭되는 것도 여당의 분열과 '제3지대'를 연결짓는 시각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오는 9일 본회의 탄핵 표결을 전후로 곧바로 집단 탈당과 분당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지난달 22일 탈당한 후 연쇄 탈당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돌았지만,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현직 중에서는 한 명도 후속 탈당 없이 잠잠하다.

표결 결과와 분당의 함수 관계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비주류가 공언한 대로 40명 가까이 찬성하고, 여기에 친박까지 따라갈 경우 당에 원심력이 커지면서 분당(分黨)의 에너지가 급속히 증대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오히려 당내에서 이번 탄핵표결을 쇄신의 지렛대로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책노선 수정과 당명 개정 등 '리빌딩(재건축)'에 주력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아슬아슬하게 가결 수준을 넘거나 부결될 경우에는 보수 진영의 역결집이 이뤄지면서 비주류가 선뜻 탈당을 결행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도 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탈당을 하려면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김 전 대표는 측근 그룹도 탈당에 부정적이고, 유승민 의원은 애초부터 탈당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라면서 "대통령이 자포자기하는 듯한 심정을 토로했기 때문에 비주류는 당내에서 권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