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제재 직후 서북도서·서울 등 겨냥 '무력시위'…김정은 '남진' 첫 언급
합참 "우리 영토 위협 강력 규탄…도발시 단호히 응징"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결의 채택 직후 백령도와 연평도, 서울 등 수도권을 타격목표로 설정한 북한군의 포병사격훈련을 지도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우리 영토 타격을 위협한 것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군이 도발하면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란 결의를 표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김정은 동지께서 12월 1일 조선인민군 전선포병부대들의 포병대 집중 화력타격 연습(훈련)을 지도하시였다"고 밝혔다.

훈련은 강원도 원산지역 해안에서 이뤄졌다.

중앙통신은 "연습에는 남조선 괴뢰 서북도서방위사령부 관하 6해병여단과 연평부대를 쓸어버릴 임무를 맡고 있는 서남전선수역 최전방의 섬방어대 포병구분대들과 서울시를 비롯한 전선 주타격 방향과 보조타격 방향의 남조선 작전지대 군사대상물들과 반동 통치기관들을 타격할 임무를 맡고 있는 전선 중장거리포병 구분대들이 참가하였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훈련 사진을 보면 152mm 자주포, 240mm 방사포 등 장사정포 100여 문을 해안가에 길게 줄지어 배치했다.

이들 장사정포는 우리 수도권을 겨냥한 대표적인 공격 무기로 평가된다.

신문은 해안가에 늘어선 장사정포가 '일제사격', '급(신)속사격' 방식으로 한꺼번에 불을 뿜는 사진도 게재했다.

김정은은 지휘소에서 훈련을 지켜본 뒤 "정의의 전쟁의 발발과 함께 서남전선 포병부대들이 터쳐 올리는 승전의 포성은 남진하는 인민군 부대들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남침'을 의미하는 '남진'(南進)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위협 강도를 높였다.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이후 '남진'이란 말을 한 것은 처음이다.

중앙통신은 "(타격)목표 섬에서는 요란한 폭음과 함께 화광이 충천했다"며 "백령도, 연평도를 비롯한 서남해상의 5개 섬과 조선인민군 주타격 방향에 놓여 있는 적들의 도시들과 군사대상물들, 반동 통치기관들이 통째로 불바다에 잠기는 듯한 통쾌한 순간"이었다고 묘사했다.

김정은은 "희한한 광경"이라고 감탄하면서 "첫 타격에 남조선 것들의 대응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고 그래도 단말마적으로 발악하는 놈들이 있다면 아우성칠 놈, 비명 지를 놈도 없이 모조리 쓸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이번 훈련이 "어리석은 망상에 사로잡혀 부질없는 전쟁 객기를 부리며 또다시 서남전선수역 우리의 면전에서 무모하고 졸망스러운 포사격질을 해댄 남측에 엄중한 최후의 경고로 전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 군 서북도서방위사령부(이하 서방사)가 지난달 29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6주기를 맞아 백령도 해병대 6여단과 연평부대에서 실전적 해상사격훈련을 한 것을 겨냥한 언급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훈련 지도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신규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 직후이자 한미일의 독자제재 발표를 앞둔 시점에 이뤄져 제재에 반발하는 '무력시위'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군은 북한의 위협을 규탄하고 도발 시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경고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김정은은 어제 화력타격 연습 시에 우리 '서북도서와 수도권을 쓸어버리겠다'고 운운하는 등 군사적 도발 위협과 긴장을 지속해서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북한군의 우리 영토에 대한 타격 위협을 강력히 규탄하며, 만약 적이 도발할 경우 우리 군의 강력하고 단호한 응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은 지난 11월 이후 이번까지 서북도서를 비롯해 8차례에 걸쳐 군부대를 방문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이날 김정은의 훈련 지도는 지난 1일 시작된 북한군의 2017년도 전투정치훈련을 맞아 이뤄졌다.

전투정치훈련은 북한군이 12월 초부터 이듬해 4월까지 벌이는 동계훈련의 일부로, 정치사상 교육이 중요한 내용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리영길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총국장, 박정천 포병국장 등이 김정은을 수행했다.

박정천은 지난달 11일 김정은의 서해 마합도 방어대 시찰 보도에서는 소장으로 호명됐지만, 이번 보도에서는 다시 중장으로 언급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김효정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