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진퇴 논란 맞물려 정진석 거취 놓고도 공방

야당 주도로 '최순실 게이트' 파문에 대한 국회 긴급현안질문이 열린 11일 오전 새누리당에서는 이정현 대표를 필두로 한 친박 지도부의 사퇴문제를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이 계속됐다.

비박(비 박근혜)계는 이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친박 주류는 '선 수습, 후 거취논의' 주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의 기싸움이 쳇바퀴 돌듯 이어진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 본회의를 앞두고 소집된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이 같은 지도부 진퇴 논란이 정진석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로까지 불똥이 튀면서 공개적 설전이 연출되기도 했다.

회의에서는 친박(친 박근혜)계 주류로 분류되는 김태흠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화살은 이 대표의 거취 문제를 고리로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는 정 원내대표로 향했다.

이날 오전 긴급현안질문에 앞서 사실상 소속 의원들로부터 질문자 신청을 받지 않은 것이 전략적 부재라는 비판이다.

김 의원은 정 원내대표를 면전에 두고 "국가적인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전술도 없으면서 당 대표에게 물러나라 하느냐"면서 "국민이 이를 얼마나 불쌍하고 무책임하게 생각하겠느냐"고 추궁했다.

이어 "당대표와 정치적인 생각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다면 협의하고, 또 최고위에도 나가서 역할을 하는 게 원내대표의 본분"이라면서 "그렇게 못하겠다면 아예 직을 내려놓으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진퇴 문제를 놓고는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직을 유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우리 당은 어디까지나 수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거국내각이 구성되고 특별검사가 가동되는 시점에서 거취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마이크를 넘겨받은 비박계 3선의 김영우 의원은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려면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현 지도부는 이미 그 신뢰를 잃었다"고 반박했다.

이철우 의원은 국정 혼란을 수습하려면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야당이 이 대표 지도부와 협상을 하지 않으려 하는데 어떻게 대표 자리에 계속 앉아있을 수 있겠느냐"며 "그러니 하루빨리 결정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충정의 말씀으로 잘 받아들이겠다"고 짧게 반응한 뒤 비공개회의 전환을 제안하며 진화를 시도했지만, 설전은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됐다.

원내수석부대변인은 김명연 의원은 손을 들어 발언을 신청한 뒤 "마치 주류, 비주류 등의 표현을 써가며 굳이 국민 앞에 이런 기 싸움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즐기는 정치인들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제발 서로 욕심을 버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한 번만 자제하자"며 "내부의 문제는 우리끼리 큰소리 내지 않고 슬기롭게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태흠 의원이 곧장 "원내대표가 최고위에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갈등이 또다시 고조될 기미를 보이자, 당직자들은 황급히 회의를 비공개 전환하고 취재진의 퇴장을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 비주류 초·재선이 주축이 된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의원 모임'(진정모)는 오전 회동을 하고 다시한번 당 지도부 사퇴요구에 힘을 실었다.

주말인 13일에는 비주류를 중심으로 당 소속 국회의원, 시·도지사, 원외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한 '비상시국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갈등이 또한번 고조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