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 제공 해설집·사례집에 지방의회 관련 사례 1건만 소개
"3만·5만·10만원 준수해도 처벌될 수 있다는데 대책은 일회성 특강이 고작"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전국 지방의원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광역·기초의원들 모두 이 법의 적용을 받을 텐데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똑 부러지게 아는 의원이 거의 없다.

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내에서 가능한데 이마저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아는 수준이다.

법 저촉 여부가 모호한 경우가 많지만 국민권익위가 제공한 자료에서 합법·위법 여부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지방의회별로 자체 교육을 실시하거나 전문 강사를 초빙해 특강·설명회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일회성 대책이어서 실효를 거둘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김영란법 해설집과 Q&A 사례집을 제공했다.

해설집·사례집 각 2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지방의원 관련 사례는 단 1개에 불과하다.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닌 어린이집 운영자가 지방의원을 통해 담당 공무원에게 청탁, 보조금을 받았다면 부정 청탁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적용 범위를 국회의원으로 확대한다고 해도 청탁이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뉘어 1건씩 게재돼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의원들끼리 "4만9천원짜리 선물은 가능하겠지"라거나 "1인당 2만9천원 정도의 식사는 매일 함께해도 되는 거지?"라고 어정쩡하게 농담식으로 확인하는 정도다.

그러나 식사나 선물, 부조를 해당 금액에 맞춰 지출했더라도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의례, 부조 차원의 금품은 수수할 수 있지만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이 법에 저촉된다.

피감 기관 공무원으로부터 식사를 대접받는다면 액수와 관계 없이 처벌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법의 내용이 복잡하지만 지방의회는 특강 준비 외에는 김영란법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거나 조언해 줄 뾰족한 방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9일 127명의 도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특강을 한 뒤 국민권익위원회가 제공한 자료를 배포했다.

향후 수요 조사를 거쳐 정당·상임위원회별 재교육을 할 계획이다.

인천시의회는 이달 초 시청 감사원을 초청해 교육을 받은 것 외에도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경기 파주시의회도 마찬가지로 자체 교육을 했을 뿐이다.

경남도의회도 의원들을 상대로 한 김영란법 매뉴얼 교육을 하기로 했고, 도내 시·군의회 역시 '지방의원이 유념해야 할 핵심 윤리'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하기로 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해 김영란법을 학습하기로 한 의회도 있다.

광주시의회는 오는 22일 국민권익위 관계자를 강사로 초빙해 설명을 듣기로 했고, 충북도의회는 다음 달 6일 김영란법 위반 사례를 중심으로 한 국립범죄학연구소 직원 특강을 들을 예정이다.

지방의원들의 관심사는 업무추진비 집행이나 민원 처리 때의 법률 저촉 여부다.

광역·기초 의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추진비는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

충북도의회를 예로 들면 연간 의장 5천40만원, 부의장 2명 총 5천40만원, 상임위원장 6명 총 9천360만원, 예결위원장 650만원을 쓸 수 있다.

2억원을 살짝 웃도는 업무추진비는 100억원에 달하는 도의회 예산의 2%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지방의원들이 김영란법을 위반하는 대부분의 사례가 업무추진비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의회를 찾은 지역 주민에게 음식을 대접했다가 과태료를 물 수 있고, 간담회를 열었다고 해도 선거운동을 했다는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는 일이다.

일례로 전반기 의회 때 충북도의회 이언구 당시 의장은 147회의 간담회 중 50차례를 자기 지역구인 충주에서 해 '지역구 다지기'를 했다는 비판을 샀고, 김봉회 부의장은 부인이 운영하는 증평의 식당에서 18차례 간담회를 열었다가 그 비용을 반납했다.

지역구 주민의 민원을 집행부에 전달했다가 김영란법 위반으로 처벌 받을 수도 있다.

공익을 목적으로 한 민원이라면 무관하지만 특정 개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민원이라면 법에 저촉될 수 있다.

정당한 민원처럼 보이더라도 공익 차원의 민원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5만원 이내의 선물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인허가 민원을 부탁한 지역 주민의 선물을 받는다면 금액을 떠나 뇌물죄가 성립한다.

광주시의회는 김영란법 시행을 전후해 자정결의대회 개최, 성명 발표 등을 계획하고 있지만 청렴한 의회가 되겠다는 다짐이 김영란법 지키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충북도의회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각각의 사례에 대한 정밀 분석이 이뤄진다면 이를 토대로 학습하는 게 가능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강사 초빙 특강이나 자체 학습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강종구, 노승혁, 박영서, 손상원, 심규석, 이정훈, 최찬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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