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은 당권과 직결…후보들, 사드 이어 강령 논란에 野性 표출
안희정 "확장성 있게 지도력 행사해야, 그게 리더십" 반론도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이 16일 야권의 전통적 텃밭이자 대선의 풍향계가 될 호남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지난 주말 전북과 광주 대의원대회에서 열변을 토했던 당권 주자들은 이날은 화순에서 열리는 전남 대의원대회에서 연이은 호남 구애에 들어간 것이다.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 후보는 저마다 호남이 정권 교체의 교두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짙은 '호남 사랑'을 표출하고 있다.

야권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호남 표심이 바로 당심(黨心)이며, 이는 곧 당권과도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당 대표 선거에서 4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의원이 지역위원회별로 30명씩 배분돼 결과적으로 지역위 수가 가장 많은 수도권에 대의원이 다수 포진하고 있지만, 호남 표심은 결속력이 상당해 몰표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당권 주자들이 호남에 '올인'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 때문에 세 후보는 누구 할 것 없이 득표에 유리한 야성(野性)을 표출하며 8·27 전당대회로 다가갈수록 당권 레이스를 선명성 구도로 몰고 있다.

당장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촉발됐던 주자들의 선명성 경쟁이 '노동자' 문구 삭제를 추진하는 중앙당의 강령 개정 문제로 옮겨간 분위기다.

강령 개정 철회를 주장한 김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노동자' 문구를 빼면 당의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도 최근 "당 강령 개정은 한국 경제의 변화 추세와 우리 당을 선택한 노동자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는 방향에서 준비돼야 한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추 후보는 전날 "전당대회준비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당 정체성을 흔드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당 지도부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 반대 당론 채택 문제를 놓고 당권 주자들과 상반된 목소리를 냈던 당 지도부는 강령 논란에 대해서는 한 발짝 물러선 모습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굳이 노동자라는 단어를 뺄 이유가 있나.

이는 우리의 중도 공략과도 전혀 상관없는 문제"라며 당권 주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선명성 경쟁과는 별개로 새누리당의 전대 결과 나타난 지형 변화를 당권 전략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김 후보는 호남 출신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친박(친박근혜)계에서 영입을 거론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후보론, 기존의 지지기반인 영남 등 이 대표의 선출로 가시화되는 새누리당의 구도를 "공포의 삼각편대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 당의 대표 선출도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 당의 대선 후보들이 대부분 영남 출신인데 여기에 당 대표마저 영남이 된다면 필패론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호남 출신인 자신이 적임자라고 에둘러 주장했다.

당권 주자들이 현안마다 앞다퉈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야당의 정체성과는 별개로 지도부의 확장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단어 한두 개를 가지고 갑자기 정체성이 왔다 갔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문제와 지도력을 통해 좀 더 폭넓은 조화와 통합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문제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안 지사는 "어떤 지도부든 좀 더 통합적으로 확장성 있게 지도력을 행사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그게 리더십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당장에는 표를 얻기 위해 '야당다운'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방향타를 쥔 선장이 되면 집권을 위해 전략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현 김종인 체제와 일정 부분 인식을 같이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화순연합뉴스) 이상헌 이정현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