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출신 무소속 김종훈 전 구청장 국회 입성 성공
현대중공업 경영위기로 구조조정 우려한 노동자 표심 몰려


"노동자, 서민의 삶을 지키겠다는 진심과 진정성이 통했습니다."
4·13총선에서 옛 통합진보당 출신의 무소속 김종훈(51) 후보가 울산 동구에서 야권 연대의 힘과 노동자 표심을 기반으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동구는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1988년 정치에 입문, 그해 무소속으로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17대까지 5선을 기록한 지역구다.

이어 정 전 의원의 울산 사무국장 출신인 새누리당 안효대(60) 의원이 2008년과 2012년 18·19대 의원에 당선되는 등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보수 세력의 지지로 여당이 우위를 지킨 곳이다.

그러나 이런 정 전 의원과 여당의 아성이 전 동구청장 김 당선인에 의해 무너졌다.

김 당선인은 5선의 정 전 의원과 재선의 안 의원이 다져온 선거구를 28년 만에 빼앗았다.

동구에는 선거 초반 김 당선인, 현역 안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수영, 국민의당 이연희, 민주당 유성용, 노동당 이갑용 등 모두 6명이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김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 이 예비후보, 노동당 이 예비후보와 잇따라 야권 단일화에 성공함으로써 당선의 발판을 만들었다.

학생운동권 출신인 그는 2002년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제3대 울산시의원에 당선돼 정치를 시작했다.

시의원을 지낸 뒤 동구에서 2006년과 2010년 구청장 선거에 출마했고, 2011년 동구청장 재선거에서 3번의 도전 끝에 당선됐다.

2014년 다시 치러진 구청장 선거에서 패했지만, 그는 오랜 기간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치를 표방하며 인지도와 경쟁력을 키웠다.

특히 구청장 시절 노인들로부터 "일 잘 한다"는 칭찬을 받는 등 보수층까지 아우르며 정치 세력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도 받았다.

동구는 지금까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야당이 넘보지 못하는 철옹성 같았지만, 1998년 1대 민선부터 시작한 자치단체장 선거는 달랐다.

민주노동당 소속 야당 구청장을 3번 연속 배출하는 등 지방선거에서는 '노동자 텃밭'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처럼 총선과 지방선거가 대조적인 결과를 보여왔으나 김 당선인이 국회 입성까지 성공하면서 '총선-여당, 지방선거-야당 우세'라는 틀도 깨졌다.

또 다른 당선 배경에는 3년 연속 적자로 사상 최악의 어려움을 맞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경영위기가 근로자 표심에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조조정을 우려한 노동자들이 김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

사내 협력업체 노동자들도 고용 안정을 위해 김 당선인을 지지하고, 강성의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일찌감치 그를 지지 후보로 선정해 적극적인 지원 사격을 펼쳤다.

김 당선인은 옛 통합진보당 출신이라는 이유로 새누리당이 '종북세력'으로 몰아가자 "통합진보당은 이미 해산됐고 나는 종북세력도 아니며, 무소속 야권 후보"라고 맞받았다.

그는 "수차례 선거를 치렀지만 이번 선거가 가장 힘들어 응급실에도 실려 갔고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김 당선인은 쉬운해고 금지법,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법, 재벌세 신설로 청년에게 일자리 지원, 산재사고 기업 처벌 강화, 조선업종 사내하청 차별 철폐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이런 노동 공약을 위해 현대중공업 노조와 정책협약을 했고, 앞으로 민주노총과도 연대한다.

김 당선인은 13일 "노동자 희생만 요구하는 구조조정이나 대량 실직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와 지방정부, 노사가 함께 대응방향을 마련하겠다"며 "울산 동구에 노동 정치가 잘 성장하도록 토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