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한달 되는 날 김종인 '야권통합 제안'에 술렁
국민의당 지도부 '트로이카'내 반응은 온도차

국민의당은 2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전격적인 야권 통합 제안에 대해 적잖이 술렁였다.

이날은 공교롭게 국민의당이 창당한 지 꼭 한달 되는 날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지율 추락과 내부 세력간 알력설 등으로 '한달'을 자축하기 어려운 처지에서 갑자기 통합 제안 소식이 날라오자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제안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발끈한 가운데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은 "진의를 알아보겠다"고 즉각적 반응을 자제하는 등 온도차도 감지됐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총장에서 나와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길 바란다.

이 정도 하겠다"고 응수했다.

그는 '김 대표를 만나 따로 이야기할 생각이 있는가', '통합과 연대가 없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입장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3일 박지원 의원 영입을 위해 전남 목포에 갈 것이라는 설에 대해선 "내일은 오후 내내 부산 일정이 있다"며 에둘러 부인했다.

반면 천 공동대표는 기자들이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한 견해를 묻자 "아 그래요?"라고 반문한 뒤 "돌연한 일이군요.

그 문제는 제가 좀…"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제가 경솔하게 답변해선 안될 일"이라며 "진의를 더 파악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김 상임선대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정확하게 좀 알아보겠다.

발언의 진의가 뭔지 좀 알아보고…"라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이날 국민의당 의총에서도 김 대표의 '깜짝 제안'이 논의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환 박주선 최고위원, 문병호 의원 등이 김 대표의 제안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한길 상임 선대위원장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문병호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탈당하고 신당을 추진한 이유는 (더민주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 패권적 친노와 낡은 진보 세력으로 주도되고, 총·대선 승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아무런 변화 없이 야권 통합을 한다는 것은 총·대선 승리할 수 없는 과거의 당으로 회귀인 만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단 더민주가 패권적 친노나 낡은 운동권 세력을 청산하고 대변화를 한 후에는 얘기할 수 있다"고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지금 단계에서 이러한 얘기(야권 통합론)는 (우리 당을) 야권분열세력으로 몰고가려는 꼼수에 불과한 것이며, 친노 패권주의나 낡은 운동권 세력이라는 체질을 청산한 후에 얘기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 더민주가 국민이 비판하는 모습을 화장으로 가리고 있을 뿐 근본적으로 바꾼 게 아니다"며 "수순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왜 이 시기에 김 대표가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진정성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며 "너무 급작스러운 얘기이자 현재 여건에서는 맞지 않는 말씀으로, 계파정치 청산과 낡은진보와 먼저 결별해야 통합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창당 한달 기자회견에서 민심대장정을 선언한 안 대표는 이날 첫 현장 행보로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안에 있는 직장어린이집 방문, 직장인과의 '솔직토크' 등의 일정을 이어갔다.

전철로 이동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박수윤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