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8일 서울 마포구 신당 당사에서 당명을 ‘국민의 당’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8일 서울 마포구 신당 당사에서 당명을 ‘국민의 당’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신당 이름이 ‘국민의 당’으로 8일 확정됐다. 신당 창당실무준비단은 지난 1일부터 당명 공모를 진행해 1만4289건의 응모작을 접수했고, 이날 국민의 당을 당선작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안 의원이 창당 속도를 내면서 20대 총선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신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과 엎치락뒤치락하는 데다 새누리당 지지층까지 파고들 기세여서 총선 판도는 ‘안갯속’으로 변했다. 과거 선거에서 표심이 요동치는 속성으로 ‘스윙스테이트(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는 지역구)’로 분류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선거구(112개)는 제3당 출현 효과 등으로 대부분 ‘살얼음판’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신당 이름 '국민의 당'으로…굳어지는 '일여야당(一與多野)' 4·13 총선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9대 총선의 수도권 지역구 112개를 조사한 결과 5% 이내 접전을 벌인 지역구는 33개에 달했다. 이 가운데 1000표 이내 표차로 박빙의 승부를 벌인 곳도 9개였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현재 더민주와 지지율에서 각축을 벌이는 ‘안신당’ 바람이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파괴력을 가질지가 변수”라면서 “19대 총선에서 5% 이내 접전을 벌였던 곳을 포함해 스윙스테이트는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19대 총선 때 17개 지역구에서 5% 이내 접전이 벌어졌다. 득표 차가 불과 1000표 이내로 막판까지 가슴 졸였던 선거구도 여럿이었다. 서울 성동을에선 당시 홍익표 민주통합당 의원이 김동성 새누리당 후보에게 488표 차로 신승(辛勝)했다.

반대로 서대문을에서 당선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당시 김영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625표 차 진땀승을 거뒀고, 강서을의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김효석 민주통합당 후보를 869표 차로 힘겹게 이겼다. 13개 지역구에서 접전을 벌인 경기에선 고양덕양갑과 고양덕양을, 안산단원을, 구리, 시흥갑이 0%대의 득표율 차로 초접전을 벌인 스윙스테이트였다. 접전지역 가운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최재천 무소속 의원 지역구인 서울 성동갑과 경제부총리로 임명된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인 서울 송파을은 세 당이 ‘간판급’ 선수를 저울질하고 있어 현재로선 판세 예측 자체가 무의미하다.

길정우 신의진(새누리당)과 김기준(더민주) 의원 등 현역 3명이 맞붙는 서울 양천갑, 김성태(새누리)와 한정애 진성준(더민주) 의원 등이 예비등록한 서울 강서을도 혈투를 예고한 곳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제3당의 등장으로 야권 표가 두 갈래로 분산되거나 제3당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보수층 표심과 무당층 표심을 일정 부분 흡수할 경우 이들 지역은 이번 총선에서 19대 총선과 정반대의 결과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5%포인트 내의 득표율 싸움이 될 수도권 지역 총선에서 지금처럼 야권이 분열된 채 다자구도로 나선다면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날 수도권 출신 4선의 김영환 더민주 의원(안산 상록을)이 탈당한 것도 스윙스테이트로 변한 수도권 표심 향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수도권 의원이 더민주 잔류냐, 국민의 당 합류냐를 놓고 고심 중이며 지역구 표심에 따라 거취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