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회담도 불투명…전문가 "대화모멘텀 완전 사라진 것 아냐"
모란봉악단 공연취소 여파·국제사회 대북제제 등 남북대화 변수


11~12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결렬됨에 따라 앞으로 남북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현안을 다뤘지만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며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다.

지난 8월 25일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의 당국회담의 정례화 합의도 지키지 못함에 따라 당분간 '대화 모멘텀'을 살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남북은 11일 오전 10시40분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남북 현안에 대한 기조발언을 통해 양측의 입장을 교환하는 것으로 회담을 시작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과 북측의 전종수 수석대표(단장)는 모두발언에서 덕담을 주고받으며 회담 타결 의지를 드러냈지만, 양측은 의제 설정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남측은 ▲ 전면적 생사확인 등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 ▲ 환경·민생·문화 등 3대 통로 개설 ▲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이산가족 문제와 동시해결 등 연계를 시도했다고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 차관이 설명했다.

남측은 금강산관광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관광객 신변안전과 재발방지, 재산권 회복 등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를 언급하면서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을 개최해 이 문제를 협의할 것을 제안했으나,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이산가족 등 다른 사안을 논의할 수 없다는 '경직된 태도'를 보였다.

남측은 회담 과정에서 설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제안했으나 북측은 내년 3~4월께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면 이산가족 상봉도 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 역시 무산됐다.

북한 핵 문제를 놓고도 양측은 극명한 견해차를 나타내며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기조발언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선 핵 문제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북측은 "핵 문제나 인권 문제 언급은 대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남측이 신중했으면 좋겠다"면서 논의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은 이후 5차례 수석대표 접촉을 하고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합의점을 찾는 데 결국 실패했다.

북측은 마지막 수석대표 5차 접촉에서 "남측이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면서 "더 이상 회담을 할 필요가 없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은 차기 회담과 관련해 오는 14일 당국회담을 지속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북측은 호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무적' 성격이 강한 이번 회담은 차관급이 수석대표를 맡아 굵직한 남북 현안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최소한 차기 회담 일정 정도는 합의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모처럼 마련된 당국회담에서 이산가족과 금강산관광이라는 양대 '벽'을 결국 넘지 못해 당분간 남북관계는 냉각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애초에 회담이 어려웠다"며 "이산가족 문제가 우리 의제이고, 금강산관광은 북측 의제인데 우리는 연계를 안 하려고 하고, 북측은 연계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회담 결렬 배경을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금강산 재개에 대한 남측의 부담이 큰 것이 결렬의 결정적인 이유인 것 같다"며 "북한은 내년 5월 제7차 당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남북관계 분야의 성과로 금강산관광 재개를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선전도구인데 이것을 남측이 안 해주면 북측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좁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당국회담 결렬로 당분간 남북회담이 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화 모멘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회담이 아주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로 상대 입장을 충분히 듣고 나름의 해결책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라며 "여러 차례 수뇌부까지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고위층 간에 간접적 협상이 된 것 아니냐. 서로 내부 조율을 거쳐서 타결을 위해 (다시) 만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에서 공연 중이던 북한 모란봉 악단의 돌연 귀국에 따른 북중 관계 악화 가능성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 움직임 등은 남북대화 분위기 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모란봉 악단의 귀국으로 북중 관계가 악화한다면 영향이 두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며 "북중 관계가 좋아져 남북 협상의 여지가 생긴 것인데 만약 안 좋아지면 (남북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올 수도 있지만, 북중 관계 개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대외정책을 강경기조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개성연합뉴스) 공동취재단 김호준 임은진 이상현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