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선거구획정 논란 등에 매몰되면서 지난 8일 끝난 국회 국정감사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감사장의 여야 의원석이 많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이 선거구획정 논란 등에 매몰되면서 지난 8일 끝난 국회 국정감사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감사장의 여야 의원석이 많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끝난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도 매년 국감 때마다 비판이 나온 의원들의 중복 질의 구태가 재연됐다.

19대 국회 들어 진행된 네 번(2012~2015년)의 국감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되풀이된 ‘중복 지적 사항’이 적지 않았다. ‘국감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피감기관들의 안이한 태도와 국감 이후 피감기관의 시정처리 여부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는 의원들의 무책임·무관심이 맞물려 나온 결과다.

한국경제신문이 의정감시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과 공동으로 ‘19대 국감의 시정처리 요구 결과’를 분석한 결과 기획재정위원회·산업통상자원위원회·정무위원회 등 경제 관련 3개 상임위원회에서 4년 연속 중복 질의된 의원들의 지적 사항은 17건에 달했다. 상임위별로는 산자위 7건, 정무위 6건, 기재위 4건이다.

산자위 소속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올해 특허청 대상 국감에서 최근 5년간 국내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휴면특허(산업적으로 활용된 적이 없는 특허) 비율이 평균 70.3%에 달한다며 휴면특허를 활용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공공연구기관의 높은 휴면특허율 문제는 18대 국회인 2011년 국감 때부터 해마다 질의가 나온 단골 지적 사항이다.

기재위 국감에선 비정규직 통계조사원의 처우 개선에 대한 의원들의 시정처리 요구가 4년 연속 이어졌다.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올해 국감에서 충실한 국가통계 조사를 위해 전체의 40%가량이 비정규직 신분인 통계조사원의 임금 체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올해 국감에서 주장한 국가 통계 전문인력 양성도 2012년 19대 국회 첫 국감 때부터 매년 제기돼왔다.

올해 정무위 국감에선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을 주도한 기업들의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악용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리니언시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도 18대 국회 국감 때부터 반복돼왔다.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의 시정요구를 받은 피감기관은 관련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또 국회는 피감기관의 처리 결과 보고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의원들이 국감 이후 피감 기관들의 시정처리 이행 여부에 대해선 큰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이듬해 국감에서 똑같은 지적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공동집행위원장은 “피감기관들은 국감 때만 잠깐 참으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고, 의원들은 국감 현장에서 ‘한방’만 노릴 뿐 피감기관의 후속 조치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각 상임위 전문위원들이 국감 시정조치 결과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검토해 소속 의원들에게 보고하는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